국제 정세 요동치며 때아닌 '킹크랩 파티'
kg당 11만 원서 6만~7만 원 '뚝'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수입량 ↑
대형마트 등 유통가 반값 행사
기장시장 외국인 관광객 북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 경기 침체 등 국제 정세 영향으로 한국이 때아닌 ‘킹크랩 특수’를 누린다. 미국과 유럽으로 향하던 킹크랩이 저가로 대거 국내에 들어오면서 유통가에선 이례적인 파격 할인 행사를 연다. 부산의 대표적인 수산물 시장인 기장군 기장시장에는 킹크랩을 찾는 손님들로 북적인다.
이마트는 20~21일 러시아산 레드 킹크랩을 100g당 5980원에 판매한다. 지난 9월 이마트 킹크랩 평균 판매가가 100g 당 1만 980원임을 감안하면 약 45%가량 저렴한 가격이다.
이마트는 이번 행사를 위해 살이 탄탄해 ‘골든 크기’라 불리는 킹크랩 1.5kg 이상 상품 총 4t을 확보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국제 정세 이슈로 러시아산 레드 킹크랩이 대량으로 국내에 들어와 가격이 저렴해졌다”면서 “크랩 중에서도 가장 맛있다고 평가받는 러시아산 레드 킹크랩은 지점마다 준비된 상품이 조기에 품절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롯데마트에선 지난 12~18일 러시아산 브라운·레드 킹크랩을 100g당 5994원에 판매했다. 홈플러스도 오는 25일까지 멤버십 회원을 대상으로 킹크랩 50% 할인 행사를 진행 중이다.
유통가가 고급 갑각류인 킹크랩을 이처럼 저렴하게 선보일 수 있는 이유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미국과 유럽이 러시아산 해산물 수출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살아있는 상태로 유통되는 킹크랩 특성상 재고 소진을 빨리 해야 하는 만큼 미국·유럽 수출길이 막힌 러시아산 킹크랩 물량 상당수가 한국으로 들어왔다. 게다가 중국의 경기 침체 여파로 중국 최대 명절인 중추절 킹크랩 수요가 많이 감소한 영향도 있다.
수산물 시장에서도 킹크랩이 저렴하게 판매되면서 고객들이 몰린다. 킹크랩과 대게로 유명한 부산의 수산물 시장인 기장군 기장시장에선 레드 킹크랩 kg당 가격이 약 한 달 전 10만~11만 원에서 6만~7만 원 정도로 떨어졌다. 현재 러시아산 대게 1kg이 5만~6만 원으로, 킹크랩 가격과 비슷해진 것이다. 일반적으로 킹크랩의 판매가는 대게의 배에 달할 정도로 가격 차이가 크다.
이에 최근 한 달 동안 동남아시아 관광객만 1000명이 기장시장을 찾아 킹크랩을 즐겼다. 기장시장에는 대게와 킹크랩을 판매하는 곳이 15개 정도 있다. 기장시장 번영회 정영태 회장은 “약 한 달 전부터 킹크랩 가격이 내려 명절 이후 비수기인 요즘에도 많은 사람들이 오고 있다”고 밝혔다.
유통업계는 킹크랩 가격이 올 연말까지는 이처럼 낮은 가격대를 유지할 것으로 본다. 러시아의 킹크랩 생산량이 올해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한편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이달부터 내년 3월까지 6개월간 한국을 방문하는 일본인 개별 관광객을 대상으로 대게 정식 메뉴 할인과 교통편의 등을 제공하는 ‘2023~2024년 부산 대게 캠페인’을 실시한다. 이번 캠페인은 2016년부터 매년 대게 철의 일본인 관광객을 타깃으로 지역 음식관광 활성화를 위해 진행된 사업이다.
코로나19로 중지됐다가 올해 ‘부산 대게, 지금이 제철! 대게 먹으러 부산 가자’라는 슬로건으로 부산관광공사와 함께 각종 특전을 재정비해 진행한다. 부산역, 기장시장, 흰여울문화마을, 해운대, 오시리아 관광단지 등 부산 주요 관광지를 잇는 무료 셔틀버스도 1일 2회 운행한다. 캠페인 참가자를 대상으로 부산 엑스더스카이, 해운대 리버크루즈, 송도 해상 케이블카와 같은 인기 관광지부터 영도해녀촌, 동백상회, 삼진어묵 등의 쇼핑 매장과 호텔까지 모두 24개소에서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