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3색 性이야기] ‘육감’의 정체
김원회 부산대 명예교수
예로부터 사람들은 육감이라는 게 있다고 믿어 왔다. 동양과 서양에서 다 그랬다. 육감은 인간의 시각, 청각, 촉각, 미각, 후각의 다섯 가지 전통적인 감각 기관을 통하지 않고 사물을 인식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하는 말로, 기존의 감각적 인식이나 논리로는 설명할 수 없는 사물에 대한 인식을 의미한다.
그러면 과연 육감이 현실적으로 존재하는가? 정황으로 봐 존재할 수밖에 없다고 결론한다. 우리 주변에는 보통 사람들이 쉽게 인지하지 못하는 영역을 감각적으로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도박을 하면 번번이 돈을 따는 사람들이 있는데, 속임수를 써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남의 마음을 쉽게 읽어서 그런 경우가 더 많다.
수백만 년 동안 남녀의 뇌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발전되어 왔다. 생존을 위해 남자는 사냥꾼으로, 여자는 살림꾼으로 진화한 것이다. 남자는 육체적인 크기와 힘, 수학적 능력, 시각적 또는 공간에 대한 식별 능력, 적극성, 활동성이 뛰어났다. 예나 지금이나 매우 현명했던 여성들은 관계가 제일의 무기였다. 뛰어난 언어 능력, 이해력, 직감력, ‘힐링’ 기교 등이 그것이다. 그러다가 상대의 감정을 이해하는 능력마저 생기게 된 듯하다.
영어 단어 ‘empathy’를 흔히 ‘공감’이라고 번역하지만 그보다도 ‘감정이입’ 즉 어떤 것에 대한 강한 직감을 가지고 있거나 언어로 알려 주지 않은 신호를 읽을 수 있는 잠재의식적이거나 직관적인 수준에서 사물을 지각하거나 이해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 능력은 여자에게서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게 존재한다.
우리가 오감을 통해 세상에서 인지할 수 있는 내용이 얼마나 될까? 청각을 예로 들어 본다. 인간이 들을 수 있는 소리는 16부터 2만 헤르츠(Hertz) 범위뿐이다. 우리가 들을 수 없는 2만 헤르츠 이상의 파장을 가진 소리를 초음파라고 하는데, 의학용으로 쓰는 초음파 변환기만도 수백만 헤르츠의 소리를 내보내니 우리가 들을 수 있는 소리의 범위는 자연계에 존재하는 소리의 천만 분의 1에도 못 미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각 또한 마찬가지로 우리가 볼 수 있는 가시광선은 적외선 자외선 사이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냄새는 어떤가? 1만 종이 넘는 다른 냄새들을 구분할 수 있는 우수한 코를 가졌다지만 현실에서 인간은 개의 200분의 1도 못 맡는다. 맛은 인간이 다른 동물에 비해 훨씬 많은 미뢰를 갖고 있어 더 다양하게 느낄 것이라고는 하지만 이건 육감에 큰 작용을 못할 것으로 보인다. 냄새의 경우 여자가 남자보다 우수하다고 한다. 특히 임신을 하면 평소에 맡을 수 없던 냄새도 맡게 된다. 태아를 위해 음식을 골라 먹게 하려는 자연의 섭리였을 수도 있다.
이와 같이 인간에게 오감의 능력을 초월할 수 있는 육감은 존재한다고 봐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인지의 능력을 설명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