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비인간’ 공생을 위한 예술가들의 목소리 [전시를 듣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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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현대미술관 ‘노래하는 땅’전
캐나다 선주민 예술가 2인 인터뷰

부산현대미술관 전시 '노래하는 땅' 전시 전경. 부산현대미술관 제공 부산현대미술관 전시 '노래하는 땅' 전시 전경. 부산현대미술관 제공

부산현대미술관의 전시 ‘노래하는 땅’은 비인간 자연과의 접속을 시도한다. 2024년 2월 18일까지 이어지는 전시에서는 자연 환경과 밀착한 삶을 살아온 토착민의 언어와 자연 생태를 탐구하는 예술가의 언어를 소개한다. 캐나다 선주민(원주민) 작가 디 바르시와 에일란 코우치, 두 예술가가 생각하는 ‘공생하는 삶’에 대해 들어봤다.


벽화 ‘그들이 무리지어 어딘가로 떠난다’ 앞에 선 디 바르시 작가. 오금아 기자 벽화 ‘그들이 무리지어 어딘가로 떠난다’ 앞에 선 디 바르시 작가. 오금아 기자

■디 바르시 작가

새·곤충 등 그린 벽화 선보여

“어떤 위치든 동등하게 표현”

“자연은 모두 연결되어 있죠”


디 바르시 작가는 캐나다 매니토바주 스코난 부족의 일원이자 아니쉬나베 오지브웨 부족의 선주민 예술가이다. 부산현대미술관 ‘노래하는 땅’에서 바르시 작가는 대형 벽화 작업을 선보였다.

1950년부터 1980년대까지 2만 명이 넘는 캐나다 선주민 아이들이 백인 가정에 강제로 입양됐다. 바르시 작가도 그중 한 명이다. “선주민 커뮤니티에서 아이들을 분리해서 언어와 문화에서 예전의 것을 지웠어요.” 작가는 이런 ‘문화 대학살’은 식민지화된 모든 선주민에게 공통으로 일어나는 일이었다고 했다. 현재 매니토바주 위니펙에 살고 있는 작가는 지역의 신성한 새나 곤충을 단순화시킨 도형 패턴으로 작업을 한다.

전시된 벽화에서 하늘색 배경이 먼저 눈길을 끈다. 작가는 “푸른색을 쓴 이유는 공기와 물, 열린 공간을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제한 없이, 무한히 확장된 공간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는 컬러풀한 색을 겹쳐 사용했을 때 시각적으로 환상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밝은색을 선호한다고 전했다.

벽화에는 까치, 백로 등이 등장한다. 바르시 작가는 “캐나다와 한국에서 동일하게 볼 수 있는 새들”이라고 말했다. “여기 부산에 대한 헌정의 의미도 있어요.” 또 작품에 곤충이 등장하는 이유는 땅을 깨끗하게 만드는 등 생태계에 꼭 필요한 존재라는 점을 알리기 위해서라고 작가는 설명했다.

벽화에서 각 이미지가 리본과 같은 선으로 연결되어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자연은 모두 연결되어 있음을 표현한 것이죠. 모두 연결되어 있는 에너지와 율동감을 표현하기에 반추상이 가장 좋은 형태라고 생각했어요.” 또 바르시 작가는 벽화 속 이미지들이 어떤 위치에 있든 구분 없이 동등하게 그려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을 거라고 했다.

“그 어떤 것에도 중심을 두지 않았어요. 그렇기에 모든 사람이 자기만의 관점으로 감상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무언가를 볼 때 이것이 어디에서 왔는지, 근원에 대해 생각하고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음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아니쉬나베 부족의 별을 읽는 방식을 보여주는 ‘원터메이커’ 앞에 선 에일란 코우치 작가. 오금아 기자 아니쉬나베 부족의 별을 읽는 방식을 보여주는 ‘원터메이커’ 앞에 선 에일란 코우치 작가. 오금아 기자

■에일란 코우치 작가

코로나 때 부족 땅 영상으로 기록

“자연을 언어화한 조상의 지혜”

“그들의 이야기 같이 들었으면”


에일란 코우치 작가는 아니쉬나베 부족 출신의 선주민 예술가로 캐나다 온타리오주에 있는 니피씽에 거주한다. 부족 영토 이름인 니피씽은 ‘느릅나무의 장소’를 뜻한다. 이번 전시에서 코우치 작가는 3채널 비디오 작업 ‘웬비크’와 설치 작업 ‘들리나요?’를 소개했다.

아니쉬나베어로 순간을 의미하는 ‘웬비크’는 코로나19 팬데믹이 계기가 됐다. 작가는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세상의 속도가 느려지며, 땅 위에 고요한 아름다움만 남게 되는 순간을 경험했다. 그는 자연 현상을 관찰하고 언어화한 조상의 지혜를 영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하늘 위 구름, 눈보라, 밤하늘을 비추는 달빛 등 작가는 “순간을 캡처하는 것이 중요해서 계속 기다리는 작업”이었다고 전했다.

‘웬비크’는 선주민 보호구역 인근의 동굴 암각화에서 영감을 받은 사인물 설치 작업과 함께 하나의 작품을 구성한다.

사인물 중 ‘윈터메이커’는 아니쉬나베 부족이 가진 그들만의 별을 읽는 방식을 보여준다. 코우치 작가는 선조들이 남긴 암각화가 유럽에서 들어온 지배 세력에 의해 훼손이 된 사례를 언급하며, 조상들의 보물을 다시 보여준다는 의미에서 이번 작업이 더 중요했다고 밝혔다. “윈터메이커는 우리가 어디에서 왔는가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이야기죠. 이런 선조들의 이야기를 전시를 통해 사람들에게 들려줄 수 있다는 것이 너무 기뻐요.”

‘언어가 사라지면 단순히 의사소통 도구만 상실되는 것이 아니라 세계를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과 사유 방식도 사라진다.’ 전시 ‘노래하는 땅’은 토착어와 예술가의 언어를 통해서 자연에 대한, 생명에 대한 새로운 사유를 제안한다. 코우치 작가에게 ‘비인간 자연’을 대변하는 땅이 어떤 노래를 하고 있는지 물어봤다.

“선주민에게 땅을 돌려주라는 랜드백 시위가 있어요. 선주민에게서 땅을 앗아간 사람들이 땅을 착취·파괴하고 있기 때문이죠. 캐나다든 부산이든 (자연의 수호자였던 선조들이) 예전에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어떤 노래를 했는지 같이 들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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