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은 문화 용광로… 부산 이야기가 곧 세계 이야기”
도시계획직 공무원 진보라 작가
공모전서 <메모리케어> 수상
올해 말 번역본도 마련 예정
부산 주제 ‘도시 3부작’ 계획
“부산은 문화의 용광로예요. 가장 세계적인 이야기가 부산에서 탄생할 수 있는 이유죠”
부산의 향토 문화와 공간을 사랑해서 도시계획직 공무원이 된 진보라(31) 작가는 부산을 주제로 한 ‘도시 3부작’을 소설로 풀어낸다. 그의 첫 번째 작품 〈메모리케어〉는 해외에도 번역 출판될 예정이다.
〈부산일보〉 취재진이 부산 중구 중앙동 한 카페에서 진 작가를 만났다. 첫 작품 〈메모리케어〉는 지난해 11월 ‘더뉴코리안보이스프라이즈’ 공모전에서 수상했다. 더뉴코리안보이스프라이즈는 한강, 정유정, 손원평 등 세계적인 한국 작가들을 해외에 소개한 미국 뉴욕의 ‘바바라 제이 지트워 에이전시’가 주관한 공모전으로, 신인 한국 작가 발굴을 위해 열렸다.
사하구청의 1년차 도시계획직 공무원인 진 작가는 부산의 지역적 특성과 향토문화가 좋아 도시계획직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7년 간 작가 준비를 해왔던 그는 지난 10월 구청에서 일을 시작하고, 1달 여 만에 공모전 합격 소식을 접했다.
소설가를 꿈꾸며 수많은 공모전에 도전했지만, 작품을 아예 완성조차 할 수 없던 때도 있었다. 진 작가는 “어설프게 서울 느낌을 낸 이야기를 쓰려고 했다”며 “문화 중심지인 서울 이야기를 써야 한다고 생각했고, 일명 ‘서울 감성’을 흉내내기 바빴다”고 말했다. 이어 “부산 사람인 나는 결국 부산 이야기를 가장 잘 쓸 수 있었고, 이번 작품은 4개월 만에 초고를 썼다”고 전했다.
대중에게 선보이는 첫 작품인 〈메모리케어〉는 개개인의 기억에 대한 통제권을 도시가 쥐고 있는 디스토피아를 배경으로 한다. 갈등과 참사로 지친 도시에 기억 관리 시스템이 도입되고, 이 과정에서 기억의 주도권이 자신이 아닌 타인에게 넘어간 사회를 그려낸다.
진 작가의 부산에 대한 애정은 작품 속에서도 들여다 볼 수 있다. 작품 속 산복도로의 주민들은 경사지 아래로 내려가기 위해 모노레일을 탄다. 또 도심지인 ‘썬시티’로 가기 위해 하중도를 지나야 한다는 설정에서는 센텀시티와 마린시티 등 실제 도심과 낙동강 하류에 위치한 하중도인 을숙도가 떠오른다. 부산을 공간적 배경으로 정한 이유에 대해 진 작가는 “산복도로로 대표되는 부산은 전쟁을 피해 각지에서 모여든 피란민이 정착하면서 다양한 문화가 어우러지고 결합된 곳”이라며 “세계적인 이야기가 부산에서 탄생할 수 있는 이유다”고 말했다.
올해 말까지 열리는 번역 공모전을 통해 ‘메모리케어’의 번역본이 마련된다. 내년이면 영어권 국가의 해외 독자들에게도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음 작품은 저출산 고령화가 닥친 해양도시를 배경으로 한 기이한 사건을 소재로, 부의 역전 현상을 다룬다.
진 작가는 “전국에서 두 번째로 낮은 출산율을 기록한 부산의 모습과 세계 석학들이 인구 소멸로 지구상에서 사라질 최초의 국가로 전망하는 우리나라의 미래를 작품 속에서 희망적으로 접근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글·사진=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