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단상] 8500명 서생 주민이 760만 부울경에 원전 논란 불붙인다
김종우 서울정치팀 차장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주민 일부가 ‘원전 추가 유치’를 주장하면서 원전 안전 문제가 다시 부산·울산·경남 정치 현안으로 부상했다. 원전 건설은 부울경 주민에 광범위한 영향을 주지만 부산시와 부산 정치권은 ‘관할’이 아니라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서생면에서는 최근 ‘주민협의회’ ‘이장단협의회’ 등이 ‘새울원전 5·6호기’ 유치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생면에는 현재 ‘새울 1·2호기(옛 신고리 3·4호기)’가 가동 중이다. ‘새울 3·4호기’도 각각 2024년과 2025년 준공 예정이다. 정부가 원전 추가 건설에 적극적이어서 서생면 원전 유치는 성사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새울원전 3·4호기도 서생면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유치 의사를 밝히면서 원전 건설로 이어졌다.
지난 8월 기준으로 주민등록인구 8539명인 서생면의 원전 추가 유치 추진은 760만 부울경 주민의 현안이다. 특히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사용후 핵연료 원전 부지 내 보관 등의 문제로 원전 안전에 대한 지역민의 ‘민감도’는 한껏 높아진 상태다. 그러나 관련 지자체와 정치권은 이 문제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새울 원전 추가 유치는 울산시와 울주군에서 결정할 문제”라는 반응만 나온다.
부산시 관계자는 서생면의 원전 추가 유치 움직임에 대해 “울산시의 공식 입장이 아니고 주민들이 주장하는 내용이어서 현재로서는 예의주시하는 단계”라면서 “시민단체 등의 움직임을 비롯해 동향 파악은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부산시의 구체적인 입장에 대해선 “정해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부산시의 이런 입장은 중앙정부의 ‘고리·새울 분리 전략’과 관계가 있다. 정부는 고리원전단지가 ‘세계 최대 원전 밀집 단지’라는 사실이 부각된 이후 ‘신고리 원전 3·4호기’의 이름을 ‘새울 원전 1·2호기’로 바꿨다. 관련 조직도 나눠져 ‘별개의 원전’ 단지로 운영되면서 새울 원전에 대한 부산의 관심은 낮아졌다.
부산 정치권도 새울 원전 추가 건설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는 모습이다. 부산 기장군이 지역구인 국민의힘 정동만 의원도 서생면 원전 추가 유치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정 의원은 “서생면에 원전 유치가 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면서 “전력수급 등 전체적인 것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장군 장안읍) 길천리 주민 일부도 원전을 기장에 (추가로) 유치하자고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때 ‘신고리 원전’으로 묶여서 불렸던 서생면 원전은 부산시와 울산시의 경계에 자리 잡고 있어 사실상 1개 원전 단지라고 볼 수 있다. 새울 원전 5·6호기가 실제로 유치되면 고리·새울 원전 단지는 원전 12기(가동 중단 1기 포함)가 밀집돼 세계 최고의 원전 밀집도를 유지한다.
고리 원전과 새울 원전의 직선 거리는 3km가 안 돼 원전 사고시 영향을 주는 ‘비상계획구역’도 사실상 같다. 새울 원전의 비상계획구역 지도에는 ‘새울-고리 원전’을 하나로 표시해 반경 30km를 방사능 누출사고 발생 시 대피·소개 등 주민보호대책이 필요한 지역으로 설정했다.
현재 원전은 특별지원금 등 혜택은 해당 기초단체에 집중되는 반면 위험은 광역 주민이 모두 부담하는 구조로 건설된다. 이 때문에 위험을 부담하는 전체 주민의 의견이 원전 유치 과정부터 반영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kjongwoo@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