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맥도날드 위기는
칼럼니스트이자 작가 토머스 프리드먼은 1999년에 출간된 〈렉서스와 올리브 나무〉에서 ‘황금 아치 이론’을 주장했다. 황금 아치란 맥도날드의 로고로, 맥도날드가 있는 나라끼리는 전쟁하지 않는다는 이론이다. 각 나라 경제가 얽히면서 일단 한 시스템에 들어오면 잃을 것이 많아 섣불리 전쟁을 일으킬 수 없게 된다는 주장이다. 사실상 세계화에 대한 예찬이었다. 2018년 북미 정상회담 당시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맥도날드의 평양 입점을 바란다는 보도가 나왔다. 북한에는 아직도 맥도날드가 없고, 대신 싱가포르 기업과 합작해 만든 ‘삼태성 청량음료점’이라는 패스트푸드점이 있다고 한다.
‘황금 아치 이론’은 그동안 여러 차례 위기(?)가 있었지만, 그럭저럭 넘어갔다. ‘전쟁’과 ‘나라’가 무엇인가에 대한 확고한 정의가 없었던 덕분이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맥도날드가 진출한 나라끼리는 전쟁을 벌이지 않는다는 이 이론은 완전히 무너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맥도날드가 지난해 3월 러시아에서 운영하는 847개 매장을 모두 폐쇄하는 일이 벌어졌다. 황금 아치 이론을 두고 새롭게 이야기할 지점이 발생한 것이다. 맥도날드가 러시아에 처음 진출한 것은 1990년 1월 31일, 소련 붕괴를 1년 앞둔 시점이었다. 러시아 개방의 상징이었던 맥도날드의 철수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중동 지역에서 맥도날드에 대한 불매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한창인 가운데 맥도날드 이스라엘 지부가 이스라엘 군인에게 햄버거를 무료로 제공하겠다고 밝히면서 촉발된 사건이다. 맥도날드 이스라엘 지부는 이스라엘 방위군(IDF) 등에 10만 개의 햄버거를 기부하고, 50%의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현지 가맹점은 보통 각국 운영사가 소유하지만, 맥도날드가 미국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고 여겨지기에 생긴 문제다.
세계화는 소련 해체를 기점으로 본격화해 그동안 지구촌의 번영을 이끌어 왔다. 덕분에 전쟁의 위협은 줄었고 글로벌 시장은 커졌다. 하지만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을 거치면서 이제 ‘탈(脫)세계화’ 역풍이 거세다. 글로벌 무역이 차지하는 비중과 전 세계 해외직접투자 규모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배터리, 반도체, 전기차 등 핵심 산업 생산을 다시 자국으로 이전하고 있다. 맥도날드의 위기는 세계화 흐름의 마침표 같이 느껴진다. 맥도날드야 안 먹으면 그만이지만 전쟁 위협이 커져서 걱정이다.
박종호 수석논설위원 nleader@busanilbo.com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