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더라도 찾을 수 있게…’ 아이들 팔다리에 이름 새기는 ‘가자의 비극’
감당 못 할 많은 시신 훼손돼 도착
병원 직원 “견딜 수 없게 재앙적”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으로 민간인 사상자가 계속 늘고 있는 가운데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부모들이 사후 신원 확인을 위해 자녀의 다리에 이름을 적는 비극적인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미국 CNN방송은 가자지구의 일부 부모들이 자신이나 아이가 사망할 경우, 신원 확인을 위해 자녀의 다리에 이름을 적고 있다고 22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CNN이 촬영한 영상에 따르면 가자지구 데이르 알발라흐의 알아크사 병원의 영안실 바닥 위 들것에 어린이 네 명의 시신이 놓여 있는데, 이 아이들의 종아리에는 아랍어로 이름이 적혀 있다. 이 아이들의 부모도 사망했는지는 불분명하다고 CNN은 전했다. CNN은 사후 신원 확인을 위해 아이들의 다리에 이름을 적는 일이 최근 흔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 이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보복 공습을 가하면서 가자지구 내 병원들은 밀려드는 사상자로 인해 큰 혼란을 겪고 있다. 영안실마저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영국 BBC 방송은 이날 알아크사 병원에서 수술이 계속 급박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병원 밖 마당에는 시신들이 흰 천으로 덮여 있다고 전했다. 이 병원의 한 직원은 “새벽부터 여기 있었는데 병원 마당을 시신들이 가득 채웠고 시신 보관 냉장고뿐만 아니라 병원 안과 밖에 시신이 있다”고 했다. 이 직원은 “시신이 너무 많아서 시신을 덮을 수의조차 없다”며 “모든 시신이 훼손된 채 병원에 도착해 신원을 확인할 수 없다”고 참담한 상황을 전했다.
병원 직원은 “솔직히 상황이 재앙적이며 견딜 수 없다”며 “우리가 예전에 목격했던 것들이 있지만, 이번은 전에 본 적이 없는 장면들”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시작된 이후 양측에서 발생한 사망자는 6000명을 넘어섰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보건부는 지난 7일 이후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사망한 팔레스타인인이 총 4651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은 같은 기간 하마스의 공격으로 사망한 이스라엘인이 약 1400명이라고 보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