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복귀 첫날 “내각 총사퇴”… 보선 승리 기세 몰이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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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최고위 주재 “윤 정부 무능”
국힘 측 여야 대표 회담 요청에는
대통령·여야 대표 회담 역제안도
국힘 “정쟁 피하자” 야 협치 주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3일 국회에서 열리는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3일 국회에서 열리는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단식 등을 거쳐 35일 만에 당무에 복귀했다. 이 대표는 복귀 첫날부터 윤석열 정부 내각 총사퇴를 재요구하는 등 당정을 거세게 몰아쳤다. 민주당이 여당의 여야 대표 회담 요구에 윤 대통령이 포함된 ‘3자 회동’으로 받아치는 등 이슈 주도권 선점에 나서면서 ‘10·11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이후 여야 관계가 역전된 양상이다.

이 대표는 이날 당무 복귀 첫 일정으로 당 최고위원회를 주재했다. 이 대표는 대정부 비판 기조 속에 윤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참석하는 3자 회동을 제안하는 한편, 이른바 비명(비이재명)계를 포용하는 당내 통합 방침을 세우면서 구심력 확장에 나섰다.

그는 최고위 회의에서 “민주당을 넘어 대한민국 정치권의 가장 큰 과제는 국민의 삶을 지키고 개선하는 것”이라면서도 정부·여당에 대해선 “무능과 폭력적 행태의 표상이 돼버린 내각을 총사퇴시켜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민생 우선과 대정부 비판 기조를 동시에 챙긴 것으로, 이는 민주당의 ‘유능한 대안정당’ 이미지를 부각하면서도 “국민의힘과 정부는 역부족”이라는 취지로 공세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강서구청장 보선 이후 국민의힘이 민생 살리기 행보에 더욱 무게를 두자 민주당도 민생 이슈 주도권 경쟁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이날 회의 종료 후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의 ‘내각 총사퇴’ 언급과 관련, “강서구청장 보선 후 ‘민생을 더 살피겠다’ ‘국민의 뜻대로 하겠다’ ‘반성한다’ 등의 정부·여당 언급이 말로만 그칠 게 아니라 진정성 있게 정부 정책 집행 과정에 가꿔져 나가기를 촉구한다는 의미”라고 부연했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의 ‘여야 대표 민생 협치 회담’에 윤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만나는 ‘3자 회동’을 역제안하며 주도권 선점에도 나섰다. 이 대표는 그간 민생 영수 회담을 줄곧 요구했다. 권 수석대변인은 “경제 회복, 민생 챙기기를 위해 대통령과 여당 대표, 야당 대표 간 여야정 3자 회동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권 대변인은 “대통령이 직접 최근 민생, 정치 복원을 위해 나설 때라고 보는 게 민주당의 기본적인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당을 향해서는 강성 지지층과 일부 친명(친이재명) 지도부가 요구해 온 ‘해당 행위자’에 대한 윤리심판원 징계를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통합에 한층 시동을 걸었다. 그는 “체포동의안 처리 과정의 일로 더 이상 왈가왈부하지 않길 바란다”며 “국민의 삶이 절박하다. 그런 문제로 우리 역량을 소진하고 시간을 보낼 만큼 현실이 녹록지 않다”고 말했다.

이념 논란을 빚었던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와 관련, 민주당은 여야 협치를 조건으로 홍범도 흉상 철거 백지화를 내걸기도 했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이날 “국정 기조 전환과 협치를 시작할 수 있는 사안이 바로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백지화”라며 “홍 장군을 철 지난 이념 논쟁으로 모욕하며 국가 에너지를 허비할 시간이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이 대표 당무 복귀를 계기로 민주당에 민생 협치를 거듭 요청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표의 당무 복귀를 환영한다”며 “이제 말이 아니라 실천으로 민생 현안을 국회가 풀도록 여야가 머리를 맞대길 바란다”고 밝혔다. 윤재옥 원내대표도 “이 대표가 당무에 떠나 있던 35일간 정치권에서 큰 변화가 있었는데 여야 모두 정쟁을 멈추고 민생을 챙기라는 준엄한 민심의 명령에 직면한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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