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요한 혁신위’ 국힘 흔들까, 국힘에 흔들릴까?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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쇄신안 도출할 적임자 평가에도
정치 경험 적어 당에 휘둘릴 수도

김기현 “전권 부여” 약속했지만
지도부 내 다른 목소리도 분출

공천·인재 영입 관련 충돌 여지
과감한 혁신안 수용 의지도 관건

국민의힘 김기현(오른쪽) 대표와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면담하기 전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기현(오른쪽) 대표와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면담하기 전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로 위기에 빠진 국민의힘의 ‘구원투수’로 ‘푸른 눈의 한국인’ 연세대 의대 인요한 교수가 낙점됐다. 김기현 대표는 23일 인 교수의 혁신위원장 인선 내용을 공개하면서 ‘전권 부여’를 강조했다. 인 위원장은 일성으로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는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말을 인용, “많이 바뀌어야 할 것 같다”며 강한 쇄신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실제 혁신위가 국민 시선에 부합하는 혁신안을 내고, 여권이 이를 수용할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시각이 강하다.

미국 장로교 선교사인 유진 벨의 후손인 인 위원장은 겉모습은 전형적인 서양인이지만, 스스로를 “전라도 순천 촌놈”이라고 말하는 ‘찐’ 한국인이다. 정치권 인연으로는 2012년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인수위원회에서 국민대통합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은 바 있다. 그러나 호남 출신에 5·18 민주화운동 당시 연세대 대학생으로 시민군 영어 통역을 돕는 등 여권보다는 야권에 가까운 이력을 지녔다.

정치 경험이 없다는 점을 제외하면 사심 없이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는 쇄신안을 도출해낼 수 있는 적임자라는 긍정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인 위원장은 이날 오전 임명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혁신위원장직 수락 배경에 대해 “통합을 추진하려고 한다”며 “생각은 달라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자는 (의미의)통합”이라고 밝혔다.

보선 패배 이후 수도권·중도층 표심 공략 방안으로 이준석 전 대표 등 비윤(비윤석열)계 포용이 화두로 떠오른 상황에서 인 위원장이 통합을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그러면서 당 체질 개선을 위한 대대적인 변화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일단 김 대표 역시 이날 혁신위 활동과 관련, “혁신위는 위원 구성, 활동 범위, 안건과 활동 기한 등 제반 사항에 대해 전권을 가지고 자율적·독립적 판단을 하게 될 것”이라며 “옷만 바꿔 입는 환복 쇄신이 아니라, 민심과 괴리된 환부를 과감히 도려내는 것에 모두 동참해 진정한 쇄신과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빈 수레’로 판명된 역대 혁신위 사례처럼 이번 혁신위 역시 ‘국면전환용’이라는 의구심이 적잖은 상황에서 당 지도부가 강하게 이를 부인한 것이다.

이런 표면적인 기류에도 인요한 혁신위 향배에 대한 회의론은 여전하다. 정치 경험이 일천한 인 위원장이 난마처럼 얽힌 당내 이해관계를 뚫고 갈 뚝심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인 데다, 혁신위 역할 규정도 아직은 모호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인 위원장은 “(혁신위원장의)권한이 정확하게 어디까지인지 모른다”면서도 “국민의힘에 있는 많은 사람이 내려와야 한다. 변하고 희생할 각오가 돼 있어야 한다”며 인적 쇄신을 염두에 둔 발언을 했다.

하지만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이날 “혁신과 인재 영입, 공천은 구분해야 맞지 않느냐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라며 결이 다른 언급을 했다. 당 지도부가 ‘상향식 공천’ ‘지도부 전원 험지 출마’ 등 급진적인 쇄신안을 불편하게 생각하면서 혁신위을 ‘안정형’ ‘관리형’으로 상정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여기에 비정치권 인사인 인 위원장이 혁신위를 홀로 구성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나머지 혁신위원 임명 과정에 당의 입김이 강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인 위원장은 이르면 이번 주, 늦어도 이달 안 혁신위 인선을 마칠 예정이다. 혁신위 위원은 총 11명으로, 현역 의원과 원내·원외 당협위원장, 외부 인사 등으로 구성될 전망이다.

관건은 현 기조대로 당 지도부가 혁신위의 전권을 인정하고 수용하느냐에 달렸다는 지적이다. 연말께로 예상되는 혁신안에 공천 방식 변화나 인재 영입 관련 내용이 담긴다면 곧 출범하는 총선기획단과 인재영입위원회, 공천관리위원회 활동에도 영향이 불가피하다. 이 경우 혁신안을 두고 지도부와 혁신위가 충돌할 여지도 있다.

당 관계자는 “인 위원장 개인의 이력이나 상징성 등에서 혁신위원장감으로 충분해 보인다”면서도 “혁신위가 국민 여론에 부합할 수 있는 과감한 혁신안을 뚝심 있게 제시할지, 이를 당 지도부나 ‘용산’이 수용할지는 아직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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