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엑스포 위해 부산항 사상 첫 부두 이전
북항 2단계 재개발 사업 일환
자성대부두, ‘감만’으로 이전 시작
대규모 하역장비 전면 해체 수순
1번 선석서 재조립 새 항만 조성
이전 완료 땐 엑스포 주 무대로
운영 중인 컨테이너 부두를 통째로 옮기는 작업이 국내 처음으로 부산항에서 이뤄진다. 2030부산세계박람회(월드엑스포) 개최 예정 부지이자 북항 2단계 재개발사업 대상지인 자성대부두가 감만부두로 옮겨간다. 크레인을 절단해 배로 운송하고, 새 부두에서 다시 조립하는 방식이다. 이로써 한국 최초의 컨테이너터미널인 자성대부두는 1978년 개장 이래 수행해온 한국 수출입 관문의 중심 역할을 종료하게 된다.
23일 부산항만공사(BPA)에 따르면 자성대부두 운영사인 한국허치슨터미널(이하 허치슨터미널)은 지난 20일 새로운 터전인 감만부두 1번 선석에 회사 입간판을 설치하면서 단계적 이전을 시작했다. 허치슨터미널은 기존 자성대부두의 운영 종료를 앞두고 지난해 공개경쟁입찰을 통해 신감만부두와 감만부두 1번 선석의 신규 운영사로 선정됐다. 자성대부두에서 처리하던 컨테이너 물량과 항만 근로자들도 신규 부두로 함께 옮겨갈 계획이다.
부두를 통째로 이전하는 것은 한국 항만 역사상 최초다. 현재 운영 중인 터미널의 물류 연속성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터미널로 물량과 인력을 옮겨가는 거대한 작업이다. 컨테이너크레인 등 대규모 하역장비를 해체해 이동하고 다시 조립하는 과정을 거쳐 이설하고, 동시에 운영 시스템까지 옮겨가야 한다. 해외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현재 자성대부두에 있는 컨테이너크레인 6기와 트랜스퍼크레인 18기가 감만부두로 옮겨간다. 크레인은 최대 높이가 120m에 달해 68m 높이의 부산항대교를 지나갈 수 없다. 워낙 규모가 커서 육상 이동도 불가능하다. 운영사는 크레인을 절단해 배에 눕혀 운송하기로 했다.
허치슨터미널 관계자는 “현재 해체와 이동, 재조립을 수행할 용역사를 선정하는 단계”라며 “이번 이전은 크레인을 육로로 옮긴다면 도로를 확장해야 할 만큼 규모가 큰 작업이다. 물류 운영에 차질이 없도록 이전을 완료하겠다”고 말했다.
부두 이전은 내년 북항 2단계 재개발사업 착공 전까지 완료할 예정이다. 이전이 끝나면 자성대부두 부지는 부두의 기능을 끝내고 월드엑스포의 주요 무대이자 북항 2단계 재개발사업의 핵심 부지로 변모할 전망이다.
BPA도 감만부두에 신규 운영사가 입주할 수 있도록 야드 포장, 컨테이너크레인 보수, 운영 건물 리모델링 등의 대대적인 시설 개선 공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BPA 강준석 사장은 “이번 허치슨터미널 이전을 시작으로 내년 북항 2단계 재개발 착공 전까지 신감만부두 운영사의 신항 이전을 비롯해 터미널 운영사 이전과 컨테이너부두 기능 재배치가 계속된다. 부산항 개항 이래 최초로 추진되는 중요한 사업이다”라며 “정부, 운영사와 협업해 컨테이너 물류에 차질이 없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겠다”고 말했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