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 대상 은행권 ‘꺾기’ 갑질 계속… 시중은행 중 국민은행 최다
금감원 꺾기 의심 거래 현황
상반기 총 3만 5523건 기록
지방은행에선 대구은행 1위
"은행 자성 더해 당국 점검 필요"
코로나19 장기화와 고금리로 자금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에 대출을 조건으로 예적금, 보험, 펀드 가입을 강요하는 은행권의 이른바 ‘꺾기’ 행태가 계속되고 있다. 상반기 지방은행에서는 DGB대구은행이, 시중은행에서는 KB국민은행이 가장 많은 대출 꺾기 의심 거래가 있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재호(부산 남을) 의원이 24일 금융감독원으로 제출받은 ‘중소기업 대상 은행별 대출 꺾기 의심 거래 현황’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과 6대 지방은행(경남·광주·대구·부산·전북·제주)이 상반기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꺾기’ 의심 거래는 총 3만 5523건으로 나타났다. 금액은 3조 3618억 원이다. 꺾기는 은행이 대출을 해주면서 자사 상품 가입을 강요하는 불건전 구속성 행위다. 이같은 꺾기는 매년 되풀이되고 있는 실정이다.
2019년 의심 거래 건수 8만 6459건, 금액은 5조 1138억 원을 기록한 은행권 꺾기는 2020년 12만 9427건(5조 1815억 원)으로 급증한 뒤 △2021년 9만 5015건(4조 6605억 원) △2022년 8만 9694건(7조 5447억 원) 등으로 편법 행위가 버젓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지방은행 중에서는 대구은행이 2578건(746억 원)으로 가장 많은 꺾기 의심 거래가 있었다. 이어 BNK부산은행이 1696건(1049억 원)으로 2위를 기록했으며, △BNK경남은행 1158건(1005억 원) △JB전북은행 1033건(337억 원) △JB광주은행 900건(385억 원) △제주은행 240건(74억 원) 순으로 나타났다.
시중은행의 경우 국민은행이 건수와 금액에서 압도적으로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은행에서는 상반기에만 9954건의 꺾기 의심 거래가 발생했으며 금액은 8262억 원에 달한다.
이어 하나은행이 5805건(5255억 원)으로 뒤를 이었으며 △우리은행 5724건(8210억 원) △신한은행 5495건(7068억 원) △농협은행 940건(1227억 원) 등으로 나타났다.
이는 은행권이 대출 계약 후 1개월 뒤에는 금융소비자금지법의 테두리에서 쉽게 벗어날 수 있는 현행 제도의 허점을 악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1년 3월 금융소비자법 개정으로 금감원은 개인 의사와 상관없이 대출 실행일 전후 1개월 이내에 판매한 예·적금, 보험, 펀드, 상품권 등의 월 단위 환산 금액이 대출액의 1%를 초과할 경우 꺾기로 간주해 규제하고 있다. 그러나 30일이 지난 후에 가입하는 금융상품은 위법이 아니기에 이를 유도하는 편법 꺾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또한 코로나19라는 국가 재난 상황을 지나며 경영이 악화된 상황에 더해 최근 들어서는 대출금리까지 인상되며 많은 중소기업들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은행으로부터 실제 대출을 받을 때 다른 상품 가입 요구를 거부하기가 쉽지 않다.
박 의원은 “대출기관이라는 우월적 지위로 법망을 교묘하게 피해 나가는 행태가 중소기업을 울리고 있는 셈인 만큼 은행 자체의 자성과 금융당국의 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