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직접 접촉해 전쟁 중재 나서나
미, 이란에 확전 개입 자제 주문
이란,헤즈볼라 공격 제한적 허용
양국 접촉 중국 물밑외교 관측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의 전쟁을 두고 미국이 이란과 직접 접촉하는 식으로 중재 외교에 나선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발본색원할 목적으로 가자지구 지상전 강행 의지를 견지하고,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전면적인 참전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이들을 억제할 수 있는 두 나라의 움직임이라는 점에서 국제사회가 기대를 걸고 있다.
무엇보다 “미국이 이란에 확전 개입을 자제해 달라고 직접 요청했다”는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이란 외무장관 언급이 눈길을 끈다. 러시아 스푸트니크통신이 이란 반관영 통신인 타스님을 인용해 23일(현지 시간)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이란 외무장관은 “미국이 확전에 관심이 없다”고 확인하면서 “이란의 개입 자제를 주문했다”고 구체적으로 밝혔다.
우선 등을 돌려온 미국과 이란의 직접 접촉 자체가 주목할 만하다. 아울러 이스라엘·하마스·헤즈볼라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두 나라가 발 벗고 나선다면 전황 변화를 부를 수 있다는 점에서 국제사회 기대감이 커질 수 있는 대목이다.
미국은 이스라엘 후방 지원을 위해 최소한의 미군을 파견하되, 이를 통해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지상군 투입을 억제하려는 의지를 비치고 있다.
이란도 주판알을 튕기는 모습이 역력하다. 하마스는 물론 레바논 헤즈볼라부터 예멘 후티 반군에 이르기까지 중동 지역 곳곳의 무장 단체들을 지원해 ‘대리 세력 네트워크’를 구축해온 이란이 여러 여건을 고려해 망설이는 양상이다.
사실 이란이 이스라엘을 공격한다면 그 반격으로 존립 위협을 받을 수 있고, 작금에 악화할 대로 악화한 경제난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이란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전면적인 참전 의지를 보여온 헤즈볼라에 제한적 대이스라엘 공격만을 허용한 것으로 알려진 데서도 이란의 처지가 읽힌다.
현재로선 이란과 미국 간 접촉에 중국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알려지지 않았지만, 중국이 모종의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눈여겨볼 점은 중국의 태도 변화다. 전쟁 발발 직후 이스라엘을 지지하고 나선 미국과 각을 세우면서, 팔레스타인 편들기로 갈라치기에 주력해온 중국이 이젠 평화 회복에 방점을 찍으면서 봉합을 시도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19일 베이징에서 모스타파 마드불리 이집트 총리를 만나 이번 전쟁과 관련해 “분쟁이 확대돼 통제 불능에 빠지거나 심각한 인도주의 위기를 초래하지 않도록 가능한 한 빨리 휴전하는 게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국제사회는 다음 달 11~17일로 예정된 미국 샌프란시스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주목하고 있다. APEC을 계기로 미국과 중국 정상이 머리를 맞대는 정상회담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내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지지율이 뒤진 바이든 대통령도 미중 관계 안정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는 시각이 많다. 경기침체 장기화 속에서 미국의 디리스킹(위험 제거) 공격 등을 견디기 쉽지 않은 중국 역시 시 주석 방미 카드로 미국으로부터 얻을 것을 최대한 얻겠다는 기색이 역력하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