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남부권 관광거점’ 세부사업 ‘반토막’
국제관광도시 연계·협력사업 58% 폐지
기존 사업과 중복·적정성 재검토 이유
당초 목표 무색 속 외국인 관광객 ‘제자리’
핵심 콘텐츠 부족으로 알맹이가 없다는 비판을 받는 부산시의 ‘국제관광도시 육성사업’(부산일보 지난 5일 자 1·4면 등 보도)과 관련해 애초 목표였던 ‘남부권 관광거점’ 역할을 위한 세부사업도 제대로 추진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체 사업 추진의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관련 사업 중 절반 이상이 줄줄이 폐지됐기 때문이다.
24일 부산시 등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는 다음 달 관광거점도시위원회를 열고 시의 국제관광도시사업 사업 수 축소나 예산 감소 등을 결정할 예정이다. 문체부는 이달 관광거점도시위원회를 열 계획이었지만, 국정감사 등으로 일정이 연기됐다. 앞서 지난해 10월 열린 문체부 관광거점도시위원회가 본사업 중 11개를 폐지하라고 시에 통보한 전력이 있어 이번에도 사업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0년 106억 원을 투입한 12개 선도사업을 시작으로 진행된 국제관광도시사업은 3년 차인 지난해 갑자기 69개에서 58개로 16%가량 줄었다. 대표적으로 가상공간 인플루언서를 만들어 부산 관광 홍보를 하겠다는 ‘버추얼 인플루언서’가 폐지됐다. 문체부는 이 사업에 대해 2030부산세계박람회(월드엑스포) 홍보대사인 ‘로지’와 한국관광공사 명예홍보대사인 가상인간 ‘여리지’와 역할이 겹쳐 폐지를 권고했다.
더 큰 문제는 문체부가 폐지한 11개 중 7개가 연계·협력사업에 포함된 사업이라는 점이다. 국제관광도시사업은 7개의 다리를 관광 자원화하는 '세븐브릿지 랜드마크 사업'을 비롯한 홍보·콘텐츠 제작 등 26개 사업인 ‘핵심사업’(828억 원), 스마트 관광 기반 구축 등 20개 사업인 ‘전략사업’(299억 원), 광역권 공동마케팅 등 12개 사업인 ‘연계·협력사업’(158억 원)으로 구분된다.
문체부가 전국 최초로 시작한 국제관광도시사업의 취지는 부산을 중심으로 남부권 관광거점으로 묶어 세계적인 관광지로 만들자는 것이었다. 국제관광도시 선정 심사에 참여한 경희대 호텔관광대학원 정남호 학장은 “부산을 서울과 제주도처럼 세계적인 인지도를 가진 관광도시 거점으로 만들겠다는 취지로 사업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체 사업의 반환점을 돈 시점에서 연계·협력사업의 58%가 폐지돼 당초 사업 취지조차 무색해진 셈이다. 폐지된 사업은 부산과 경남 통영시·남해군에서 버스투어와 캠핑을 즐기는 ‘남쪽빛 감성캠핑 확대·지속 운영’, 광역교통 환승 연결체계 구축·이용객 편의 개선·스마트 워크센터 확대, 동남권 공동 관광 픽토그램 사업화, 한국관광공사 연계 협력 체계 강화 등이다. 해당 사업의 대부분이 이미 추진되던 국비 사업과 중복되거나 기재부 적정성 재검토 등의 이유로 폐지됐다.
부산이 국제관광거점도시 역할을 제대로 못 하는 사이 수도권과의 외국인 관광객 수 격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부산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 1~8월 부산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107만 6263명이다. 같은 기간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655만 2117명의 16.4% 수준이다.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10명 중 채 2명도 부산을 방문하지 않는 셈이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8월 부산을 찾은 외국인은 179만 3814명으로 같은 기간 한국을 방문한 전체 외국인의 15.6%였던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부산을 알리는 홍보·마케팅에 5년간 6개 사업 총 374억 원을 쓴다는 점에서 뼈아픈 대목이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