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개업 564곳 〈 폐업 580곳… 소아과 사라지는 이유 있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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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대학병원 새 전공의 ‘0명’
낮은 수가·잦은 민원 탓 기피
수가 현실화 비롯 해결책 시급

서울의 한 소아청소년과 의원에 폐업 안내문이 붙은 모습. 연합뉴스 서울의 한 소아청소년과 의원에 폐업 안내문이 붙은 모습. 연합뉴스

필수 의료 분야 중에서도 소아청소년과의 붕괴가 가속화되고 있다. 전국적으로 소아청소년과는 문을 여는 곳보다 닫는 곳이 더 많아지는 추세다. 인구 감소로 환자 수가 줄어드는 데다 열악한 의료수가, 잦은 민원 때문에 기피 현상이 더욱 뚜렷해지는 상황이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최근 발간한 ‘2023 국정감사 이슈 분석’ 보고서에 실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요양기관 개·폐업 현황’에 따르면, 지난 5년간 개설된 소아과 병의원은 모두 564곳, 폐업한 병의원은 총 580곳으로 나타났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개설된 병의원 수는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부산의 경우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를 둔 의원은 지난달 기준으로 138곳, 아동병원은 18곳이었다. 병의원 수만 놓고 보면 다른 지역에 비해 뚜렷한 감소세가 나타나지 않지만, 소아청소년과 전공의·전문의 수가 줄어 가까운 미래에는 소아청소년과 수도 점점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양산부산대병원을 포함한 부산의 6개 대학병원은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를 한 명도 모집하지 못했다. 대학병원의 전공의가 줄어들면 배출하는 전문의 수도 점차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는 부산뿐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마찬가지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2년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모집인원 199명 중 33명만 지원해 지원율은 16.6%에 머물렀다.

소아청소년과 병의원이 잇따라 폐업하고 의사들이 소아청소년과 지원을 꺼리는 데에는 낮은 수가와 잦은 민원이 한몫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초저출산시대에 접어든 탓에 집집마다 아이 한 명에 쏟는 관심이 더욱 커지고 의료 서비스 요구 수준이 높아져 일선 의사의 부담 역시 커졌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는다.

의료계에서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근본적인 의료 환경 개선과 의료수가 현실화 등 실질적인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무리 의사 수를 늘려도 일부 의료수가가 비현실적으로 책정된다면 소아과 같은 필수 의료 분야를 꺼리는 분위기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란 이야기다. 한 소아과 의사는 “소아과에는 비급여가 거의 없어 보험진료가 수입의 대부분이어서 환자 수에 의존해야 한다. 아이 한 명당 평균 수가가 1만 원 정도다. 하루를 기준으로 150명을 본다고 하면 150만 원인데 의사, 간호사, 원무과, 검사실 인력 등 많은 인건비를 감당하기가 매우 빠듯하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월 적정수가 보상 등을 골자로 하는 소아의료체계 개선 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는 이에 대해 “남은 것은 문제 해결과 목표 달성을 위한 보건복지부의 구체적이며 강도 높은 정책 실천 의지와 시간과의 싸움”이라면서 “소아청소년과 의료 인력의 안정적인 유입 달성까지 필수 진료 보상을 강화하고, 지역사회 1차 의료 유지 보장 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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