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연료 선박 운항 대비하려면 해운 물류 공급망 바꿔야" [WOF 제17회 세계해양포럼]
해양정책 세션
해양수산부 정책 관련 발제·토론
“친환경 항만 만들어야 운항 늘어”
‘해양생물 산업 선점 필요’ 지적도
“친환경 연료 선박 운항에 대비하려면 선박 설계 기술뿐 아니라 항만 시설을 포함해 해운 물류 공급망 전체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24일 롯데호텔부산에서 열린 제17회 세계해양포럼(WOF)의 해양정책 세션에서는 기후변화 대응과 해양 신산업 육성, 국제 연구 협력 강화 등 해양수산부의 주요 정책 과제와 관련된 발제와 토론이 진행됐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이언경 본부장은 ‘선박 연료유 전환과 미래 해양 물류 변화’라는 발제에서 선박 연료유가 친환경으로 전환되는 상황에서 연료나 선박뿐 아니라 물류 전체로 관점을 확장해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제해사기구(IMO)는 2050년까지 해운 분야 탄소중립(넷제로)를 달성한다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채택했다. 탄소집약지수(CII)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선박은 퇴출될 예정이다. 선박 연료유의 전환은 친환경 선박이 전 세계 발주 물량의 절반에 달할 만큼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 본부장은 친환경 연료를 사용하는 선박이 운항하려면 연료의 생산과 수요, 발주 시점을 예측하는 시스템, 선박 엔진과 기술 변화, 연료 수송 용기 개발, 폭발 등에 대비한 공급망 리스크 모니터링 시스템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CII 기준에 대비해 선박의 실제 운항 패턴과 연료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량을 측정하는 시스템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 본부장은 “항만 시설도 예전에는 항만의 속도가 중요했다면 앞으로는 친환경 연료를 공급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더 많은 선박을 유치할 수 있다”면서 “부산항 또한 친환경 선박에 대비한 항만을 만든다면 지금보다 더 위상이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KIMST) 서경석 연구기획실장은 ‘해조류 바이오매스 공급 및 사업화 국제공동연구’라는 발제에서 해조류 등 해양생물을 소재로 한 산업의 잠재력과 이를 위한 국제 공동 협력을 소개했다.
해조류는 친환경적이고 양식이 쉬우면서 탄소의 흡수원도 되는 장점을 갖고 있다. 서 실장은 “우리나라는 세계 3위의 해조류 생산국이다. 국내 생산 수산물의 77% 이상이 해조류”라면서 “그러나 해조류를 식품, 사료 등 용도 외에 바이오연료, 의약품 등 고부가가치의 산업 소재로 활용하기 위한 바이오매스 공급과 제품 생산 구조는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이에 KIMST는 미국 에너지부 산하의 연구관리기관인 ARRA-E와 함께 첨단 자동화 장비 공동 개발 등 바이오매스를 체계적으로 공급하고 탄소 흡수원 소재로 활용하기 위한 공동 연구를 추진할 예정이다. 서 실장은 “한 지역이 연안에서 해조류를 생산해 보관하고 산업 소재로 생산하는 시설까지 갖춘다면 관련 산업을 육성하고 지역경제에도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토론에 참가한 KMI 최상희 부원장은 “해양 산업은 반도체나 이차전지처럼 국민에게 널리 알려졌거나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한다”면서 “국민 인식 전환을 위해 정부와 기업의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 전경련처럼 해양경제인연합회 같은 조직도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