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번째 대멸종 위기 벗어나려면 물과 협력하라” [제17회 세계해양포럼]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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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러미 리프킨 기조연설

기후변화 원인은 모두 물로 귀결
다가올 새 시대의 핵심은 해양
물과 인간 관계 근본부터 바꿔야
진보의 시대에서 회복력 시대로
자연과 조화 강조 동양적 문화
새로운 산업혁명서 선두적 역할

24일 부산 부산진구 롯데호텔부산에서 동서대 장제국 총장이 제러미 리프킨에게 시민들의 질문을 전달하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24일 부산 부산진구 롯데호텔부산에서 동서대 장제국 총장이 제러미 리프킨에게 시민들의 질문을 전달하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물을 다스리는 게 아니라 물과 다시 한번 협력할 방법을 찾을 때 인류와 지구는 여섯 번째 대멸종의 위기를 벗어날 수 있습니다.”

세계적인 문명비평가이자 경제사상가 제러미 리프킨 미국경제동향연구재단(FOET) 이사장은 24일 롯데호텔부산에서 열린 제17회 세계해양포럼(WOF) 기조연설에서 다가올 새 시대의 핵심은 해양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화상으로 청중을 만난 제러미 리프킨은 ‘블루테크노미(Bluetechnomy)’라는 올해 포럼의 대주제에 맞춰 해양을 중심에 두고 새로운 기술이 열어갈 미래를 진단하고 한국과 세계해양포럼이 그 선두에 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구와 인류에게 있어서 물이 얼마나 중요하고 물의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 강조하는 것으로 연설을 시작했다. 물(수권)은 지구의 세 가지 권역 중 나머지인 땅(지권)과 생명(생명권)을 움직이는 동력이다. 물이 없으면 숲도, 흙도 존재할 수 없고, 생명 또한 살아갈 수 없다.

지금의 기후위기는 이러한 수권이 폭주를 일으킨 상황이라는 게 그의 분석이다. “진보의 시대, 화석 연료에 기반한 산업혁명의 과정에서 엄청난 온실가스가 배출됐고, 증발한 수분이 대기권에 갇히면서 지구온난화가 시작됐다. 집중호우와 폭설, 홍수와 가뭄, 폭염과 꺼지지 않는 산불처럼 생태계를 파괴하고 재산권과 인명에 피해를 끼치는 기후변화의 원인은 모두 물로 귀결된다”는 것이다.

리프킨은 “우리는 바다가 영원히 마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바다를 착취하고, 상업화하고 오염시켜 왔다”면서 “200년 동안 산업혁명과 그에 기반한 생활양식을 추구한 결과 물길이 달라지고 폭발에 이른 것이다. 우리 모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라고 경고했다.

그는 “우리가 사는 지구가 실은 물로 되어 있다는 사실을 이해할 때 전환점이 찾아올 것”이라고 보았다. 올해 유엔이 포괄적인 해양보호구역 지정 계획과 함께 공해 보호와 생물 다양성 보존을 위한 조약을 채택한 것은 전환점의 시작이 될 수 있다. 이 조약은 해양의 30%를 보존하고 관리하는 것을 목표로 해양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한 환경 영향 평가를 시행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그는 “이미 유럽연합(EU)과 27개 회원국이 이 조약에 서명과 비준을 약속했다”며 한국의 동참도 호소했다.

진보의 시대 다음으로 그가 제안하는 미래의 키워드는 ‘회복력 시대’다. 리프킨은 “인류는 진보의 시대에서 회복력 시대로 가는 대변혁의 진입점에 서 있다”고 말했다. 인류가 세계의 바다와 호수, 강을 인간이라는 종만의 단기적 이익만을 위해 사용하는 것을 그만두고, 강력한 물의 힘에 인간 종을 다시 적응시켜 물과 인간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재설정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이 석학의 제안이다.

이를 위해서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알고리즘 등을 이용하는 새로운 기술 혁명이 필요하다. 그는 가정과 건물 저수조에 물을 모아두고 지역사회가 필요할 때 이 물을 끌어 쓰는 ‘물 인터넷’, 사무실과 건물에서 폐수를 밤새 정수해 다음날 다시 사용하는 장치 등을 예로 들었다.

이러한 기술 혁명은 일상을 조직하는 방식을 완전히 바꾼다. 그는 “3D 프린팅 기술을 통해 적층식으로 건물이나 교량, 풍력 터번 등을 만들 수 있다면 폐기물이 줄어들고, 사용자와 공급자가 네트워크를 통해 이러한 소프트웨어를 주고받는다면 해상을 이용한 물류도 필요 없게 될지 모른다”고 말했다. 이것은 세계화에서 글로컬리제이션(세계화+지역화)로의 변화이기도 하다.

한국의 역할도 기대했다. 그는 “동양문화에는 자연을 지배의 대상으로 보는 서양과 달리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살아야 한다는 문화적 DNA가 있다”면서 SK에너지,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을 거론하며 “한국이 이 새로운 산업혁명에서 선두적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회복력 시대에 물에 초점을 둔 새로운 인프라를 구축한다면 지구를 치유하고 동시에 거대한 신경제 또한 창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매년 이어지고 있는 세계해양포럼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고 격려하고, “앞으로도 우리 후손들이 물의 행성에서 생명을 이어가고 계속 번성할 수 있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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