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의 시대, 새로운 30개 나라를 보라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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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지도를 펼치면 돈의 흐름이 보인다/박정호

미국·중국 일변도에서 벗어날 필요
지구온난화와 북극 항로의 관계
‘암호화폐’로 승부수 나이지리아 등
가능성 품은 국가와 세계 경제 소개

지구온난화로 그린란드에는 해수면 상승이라는 위기와 북극 항로 확장이라는 기회가 공존한다. AP연합뉴스 지구온난화로 그린란드에는 해수면 상승이라는 위기와 북극 항로 확장이라는 기회가 공존한다. AP연합뉴스

미국의 극심한 인플레이션과 중국의 침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까지 겹치면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은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이 불확실성은 주식, 부동산, 환율, 금리 모든 면에서 급격한 변화를 불러와 일상을 흔들고 있다. 역대 최고의 경제 혹한기를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하반기에는 반등이 가능하다는 예상이 혼재돼 들려온다. 분명한 건 지금껏 미국과 중국의 부상에 의존해 성장해 왔던 국가들이 이제 새로운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기존의 단일 시장을 대체할 나라를 세계 곳곳에서 개척해야 하는 것이다.

KDI 전문연구원 출신인 저자는 <세계지도를 펼치면 돈의 흐름이 보인다>에서 미국과 중국 일변도에서 벗어나 우리가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던 30개 국가가 어떻게 경제를 구축해 왔으며 어떤 가능성을 품고 있는지 보여준다. 이들 국가가 품은 가능성이 다가올 경제의 동력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딱딱한 경제 이야기로만 흐르지 않고 해당 국가의 지리적 환경이나 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세계 경제 상황을 알려주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기후변화로 인해 해수면 상승 위협과 북극 항로 확장 기회가 공존하는 그린란드 사례에 시선이 머문다. 덴마크 자치령인 그린란드는 캐나다 북쪽에 위치한 세계에서 가장 큰 섬이다. 그린란드 표면의 84%는 빙하로 둘러싸여 있고 인구는 5만 6000명에 불과하다.

최근 지구온난화로 그린란드에 대한 국제적인 관심이 커지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 등 피해를 막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반면 해빙이 가속화될 경우 북국을 비롯한 그린란드의 활용 가치도 높아진다. 기후변화가 그린란드와 인류에는 ‘양날의 검’인 셈이다. 북극해 인근의 빙하가 지금과 같은 속도로 녹는다면, 향후 30~50년 내 사시사철 북극항로가 열려 물류 운송 거리를 크게 줄일 수 있다. 북유럽에서 북극해를 지나 동북아시아로 넘어오는 항로는 유럽과 아시아 지역을 연결하는 최단거리 항로다. 부산에서 출발해 네덜란드 로테르담까지 수출 물품을 배송할 경우, 보통 수에즈 운하를 경유하는 인도양 항로를 이용하는데, 그 거리는 약 2만 100km에 이른다. 하지만 북극 항로를 이용할 경우 거리는 1만 2700km로 약 37%가량 단축되고 운항 일수도 10일가량 줄어든다. 지금 북극해 항로로는 빙하가 녹는 7월부터 10월까지 약 4개월 정도만 운행할 수 있다.

만약 지구 온난화로 북극해 항로를 상시 이용할 수 있게 되면 그린란드 연안의 항구 도시들도 크게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그린란드는 지하자원과 지정학적 가치가 높은 동토의 땅이다. 반도체, 레이저 등 첨단 제품 생산에 필수 원자재인 희토류가 다량 매장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린란드 남서부 일대에만 1000만 t 정도가 매장돼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중국 전체 매장량의 40배에 해당한다.

나이지리아가 디지털 화폐로 승부수를 던진 이유도 흥미롭다. 이 나라는 아프리카 국가 중에서 암호화폐 최대 보유국이다. 암호화폐 보유자는 2000여 만 명으로 추정된다. 이는 아프리카 내 암호화폐 보유자의 40% 이상이다. 나이지리아가 이처럼 암호화폐 천국이 된 가장 큰 이유는 정부의 통화 정책 실패 때문이다. 나이지리아인이 암호화폐를 선호하는 이유는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한 물가 폭등과 화폐 가치 하락 때문이다. 결국, 정부는 급락하는 화폐를 계속해서 인쇄해 공급할 수 없어서 화폐개혁을 단행했다. 나이지리아 중앙은행이 신권을 발행해 4개월 안에 구권과 교환하라고 했으나 문제는 현금지급기나 신권이 턱없이 모자라는 데 있었다. 나이지리아는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화폐를 대안으로 선택했다.

저자는 막대한 오일 머니로 ‘제2의 중동 붐’을 꿈꾸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도 주목한다. 사우디아라비아는 개인이나 기업과 같은 민간이 아니라 국가가 경제 활동의 주체인 독특한 구조로 되어 있다. 국영 석유 회사가 국가의 절대적인 수익원으로 경제 활동을 직접 수행하고, 민간은 국가가 벌어들인 수익을 나누어 갖는 것이다. 이런 사우디 정부가 이제는 지금 무서운 자본력을 바탕으로 ‘네옴 프로젝트’를 내세우며 전 세계의 투자를 이끌어내고 있다. 아랍에미리트 역시 두바이에 부르즈 할리파를 비롯한 세계 최고, 최대, 최초의 건축물들을 쏟아내고 있다. 이 나라는 석유 고갈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해 그 어느 중동 국가보다도 높은 개방성과 창의성을 바탕으로 국가를 경영하고 있다. 이러한 중동의 독특한 경제 구조와 현황을 보면서 탈석유 시대가 와도 중동이 믿을만한 투자처로 남을 수 있을지 살펴본다.

저자는 “새로운 국가들과 새로운 형태의 파트너십을 맺기 위해서는 그 나라에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해당 국가가 어떤 이유로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는지, 급변하는 정세에서 그들이 고민하는 부분은 무엇인지 등을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박정호 지음/반니/384쪽/1만 9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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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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