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징검다리] 눈물 마를 날 없는 영자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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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남편, 대소변 못 가려
하나뿐인 아들 은둔형 외톨이
식당 아르바이트로는 역부족
월세·공과금 매번 밀려 ‘시름’

영자(71·가명) 씨가 조그만 식당의 한 귀퉁이에서 쉴틈없이 설거지를 합니다. 땀을 닦을 새도 없이 그릇을 씻고 있지만, 머릿 속엔 온통 집에 있는 남편과 아들 걱정입니다.

영자 씨의 남편은 치매를 앓고 있습니다. 남편은 과거 대장암 수술을 한 탓인지 치매 탓인지 대소변도 가리지 못합니다. 듬직한 가장이던 남편은 어느새 젖먹이 아기가 됐습니다.

영자 씨가 일을 나간 동안 아들이 아버지를 돌보고는 있지만, 기저귀를 갈거나 목욕 시키는 일을 하지는 못합니다. ‘은둔형 외톨이’가 된 아들은 한 집에 살지만 좀처럼 얼굴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아들은 군 복무 당시 선임들로부터 가혹행위를 당한 후부터 세상과 통하는 마음의 문을 닫았습니다. 상처가 큰 탓인지 제대 후엔 어두컴컴한 방 안에서 하루 종일 시간을 보냅니다. 가족에게도 좀처럼 마음을 열지 않았습니다. 굳게 닫힌 아들의 방문을 볼 때면 영자 씨의 마음은 커다란 돌덩이가 하나 들어 앉은 것 처럼 무겁습니다.

영자 씨는 식당 일이 끝나면 부리나케 달려와 두 남자의 식사를 준비합니다. 분주히 밥을 차리는 동안 남편은 그새를 못참고 대소변 실수를 하고 맙니다. 엉망이 된 이불과 방바닥을 볼 때면 소리내어 울고 싶을 때가 하루이틀이 아닙니다.

영자 씨가 식당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벌지만, 세 식구가 생활하기는 역부족입니다. 남편의 병원비·약값뿐 아니라 이제 영자 씨도 병원 신세를 지는 나이가 됐습니다. 전기료나 도시가스비, 월세도 밀려 늘 허덕입니다. 돈이 급할 때는 대출을 하며 살다보니, 현재는 가족 모두 신용불량자가 됐습니다. 얼마 전에는 유선비를 내지 못해 TV조차 끊겼습니다. 일하랴 남편 돌보랴 바쁜 하루에 위로가 되어주던 TV마저 끊기자,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은 느낌도 듭니다.

치매 환자인 남편을 돌보는 일은 생을 포기하고 싶을 만큼 힘듭니다. 하지만 영자 씨는 남편 걱정에 죽을 수도 없다며 눈물 짓습니다. 자신에게만 나쁜 일이 계속되는 것 같아 세상이 야속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가족을 책임지기 위해 매일같이 식당에서 설거지를 하느라, 영자 씨의 손에는 습진이 가득합니다. 손톱도 부풀어 올랐습니다. 하지만 영자 씨는 자신의 건강보다 가족의 안위가 더 걱정입니다. 자꾸만 밀려가는 공과금과 유선비, 월세, 병원비라는 삶의 무게가 어깨를 짓누릅니다.

그래도 영자 씨는 치매를 앓는 남편의 손을 꼭 잡고 공원을 거닙니다. 남편이 감기에 걸릴까 옷깃도 여며줍니다. 공원을 거닐며 월세와 공과금 걱정 없는 아늑한 보금자리에서 사랑하는 남편, 아들과 함께 지내는 날을 상상해봅니다.

영자 씨가 가족을 지켜낼 수 있도록 여러분의 따뜻한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기장읍 행정복지센터 김영숙

△계좌번호 부산은행 315-13-000016-3 부산공동모금회 051-790-1400, 051-790-1415.

△공감기부(무료) 방법-부산은행 사회공헌홈페이지(www.happybnk.co.kr) 공감기부프로젝트 참여



QR코드를 스캔하면 댓글 게시판으로 이동하고 댓글 1건당 부산은행이 1000원을 기부합니다.

※TBN부산교통방송(94.9㎒)에서 매주 수요일 오전 10시 15분에 방송됩니다.


▣ 이렇게 됐습니다-지난 13일 자 영식 씨

지난 13일 자 영식 씨 사연에 후원자 68명이 281만 620원을, 특별후원 BNK 부산은행 공감 클릭을 통해 117만 9000원을 모아주셨습니다. 후원금은 영식 씨의 임대주택 입주를 위한 보증금으로 쓰일 예정입니다. 영식 씨는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두 딸에게 못해준 게 많아 미안한 마음이 컸는데, 이제 아이들이 꿈을 펼칠 수 있는 공부방을 만들어줄 수 있게 되었다며 기뻐했습니다. 어려운 시기에도 도움 주신 많은 분들 덕분에 큰 힘과 용기를 얻었다며, 감사 인사를 전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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