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트컴 장군 일대기 오페라로 만들어진다

김은영 선임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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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눈의 선한 사마리안’
한국전 때 미 제2군수사령관
프롤로그·1막 우선 공개
김문홍 대본·조희주 작곡
양승엽·황신녕 등 갈라 콘서트
부산 기업인·삼락회 제작 도와

리처드 위트컴(왼쪽) 장군. 부산창작오페라단 제공 리처드 위트컴(왼쪽) 장군. 부산창작오페라단 제공

‘턴 투워드 부산’ 공식 행사는 아니지만, (사)부산창작오페라단(이사장 이인환·그린콘크리트 회장)이 준비한 리처드 위트컴(1894~1982) 장군 추모 오페라 ‘푸른 눈의 선한 사마리안’ 갈라 음악회도 주목된다. 공연은 오는 12일 오후 5시 부산문화회관 중극장에서 개최된다. 관람료는 R석 5만 원, S석 3만 원.

리처드 위트컴 장군은 ‘한국인보다 더 한국을 사랑한 푸른 눈의 성자’로 한국전쟁 참전국 용사 중에는 유일하게 유엔기념공원에 안장된 장성이다. 유명한 에피소드 중에는 위트컴 장군이 한국전 당시 유엔군 제2군수사령관으로 부임한 뒤 군수 물자 전용 죄목으로 미국 워싱턴 청문회에 불려 나갔던 이야기가 있다. 그가 저지른 잘못이란 게 1953년 11월 부산역 앞 대화재 당시 미군 군수물자를 풀어 이재민 3만여 명을 구해준 일이다. 그는 청문회에서 “전쟁은 총칼로만 하는 것이 아니며 그 나라 국민을 위하는 것이 진정한 승리”라고 말해 깊은 감동을 남겼다. 위트컴 장군은 전쟁 후에도 한국에 머물며 고아원과 병원 설립, 부산대 장전동 부지를 확보하는 등 의료와 교육 재건을 위해 헌신했다. 11일엔 위트컴 장군 조형물 건립 제막식도 열린다.

리처드 위트컴 장군. 부산창작오페라단 제공 리처드 위트컴 장군. 부산창작오페라단 제공

부산창작오페라단 박영근(전 남구의회 의장) 상임이사는 “위트컴 장군을 잘 모르는 이들이 많아서 장군의 위대한 정신을 오페라로 만들어 기념하고자 한다”면서 “인류 평화와 자유를 위해 헌신한 정신은 오페라를 통해 더 깊은 감명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전 3막으로 이뤄진 오페라 대본은 지난 3월 부산의 극작가 김문홍이 완성했고, 이 대본을 바탕으로 부산대 명예교수인 조희주 작곡가가 열심히 작곡 중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먼저 완성한 프롤로그(당신은 선한 눈의 사마리안)와 1막(뜨거운 가슴으로 부산을 품다)에 나오는 주요 아리아와 레치타티보(대사를 말하듯이 노래하는 형식) 등 4곡을 선보인다. 내년에 2, 3막을 완성하고, 내후년에는 전막 공연에 도전한다는 계획이다.

위트컴 역에 테너 양승엽. 부산창작오페라단 제공 위트컴 역에 테너 양승엽. 부산창작오페라단 제공
위트컴 장군 부인 한묘숙 역에 소프라노 황신녕. 부산창작오페라단 제공 위트컴 장군 부인 한묘숙 역에 소프라노 황신녕. 부산창작오페라단 제공

위트컴 부인 한묘숙 역에는 부산예고 출신으로 한양대와 이탈리아 베르디 국립음악원, 스위스 제네바 국립음악원을 졸업한 소프라노 황신녕이 나오고, 위트컴 역은 부산대를 졸업하고 이탈리아 로렌조 페로시 국립음악원을 나온 테너 양승엽이 열연을 펼친다. 한묘숙이 부르는 아리아 ‘우리 장군님, 우리 장군님’, 위트컴 아리아 ‘진정한 승리’, 한묘숙·위트컴 레치타티보 ‘내 마음속에 사는 이가 있다면’, 한묘숙·위트컴이 들려주는 사랑의 이중창 ‘당신은 푸른 눈의 선한 사마리안’을 감상할 수 있다.

오페라 갈라 콘서트가 2부 공연이라면, 1부엔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기원 및 한미 동맹 70주년을 기념하는 공연과 전 3막의 오페라를 압축한 20여 분짜리 단막 음악극을 올린다. ‘그리운 금강산’(소프라노 황신녕), ‘청산에 살리라’(테너 양승엽), ‘비목’ ‘어메이징 그레이스’(이상 바리톤 안세범), ‘넬라 판타지아’(오보에 권성은·소프라노 황신녕·테너 양승엽·피아노 최민경)가 연주된다. 피아노 반주는 최민경 부산창작오페라단 사무국장이 맡았다.

위트컴 장군 추모 오페라 ‘푸른 눈의 선한 사마리안’ 갈라 음악회. 부산창작오페라단 제공 위트컴 장군 추모 오페라 ‘푸른 눈의 선한 사마리안’ 갈라 음악회. 부산창작오페라단 제공

이어지는 무대는 단막 음악극 ‘폐허에 사랑의 불을 지피다’이다. 위트컴 역에 연극배우 유상흘, 한묘숙 역에 송순임이 연기한다. 조희주 작곡가는 “이번 오페라 제작을 계기로 음악뿐 아니라 부산을 위해 애쓰시는 분을 우리가 찾아낼 필요가 있다”며 “그럴 거면 음악교육뿐 아니라 일반 교육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부산창작오페라단 부이사장 허성태 부산교육삼락회 회장은 “가칭 ‘어린이 오페라 학교’ 사업도 펼칠 구상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오페라 제작을 앞두고 조직된 ‘부산창작오페라단’은 지난 6월 사단법인으로 출범했다. 이 단체는 유엔의 평화정신을 계승·발전시키기 위해 오페라·연극·뮤지컬 등의 창작과 보급을 위한 문화예술 관련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설립됐다. 이인환 이사장 외에 황성도(한국라이텍개발 대표이사)·허성태 부이사장, 박영근 상임이사, 최민경 사무국장 등 100여 명으로 구성됐다. 공연 문의 010-3765-0917.


김은영 선임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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