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관광 '큰손' MZ 세대, 맞춤 정책은 부족"
KMI '소비 트렌드 반영 해양관광 연구'
20대, 1회 20만 원 지출 전 연령 최고
소그룹·가치·로컬 등 반영한 정책 필요
20~30대를 가리키는 MZ 세대가 해양관광의 ‘큰손’으로 떠올랐지만, 이들의 수요를 반영한 해양관광 정책은 부족한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는 최근 발간한 ‘MZ세대 소비트렌드를 반영한 해양관광 추진방안 연구’ 보고서에 이 같은 내용을 담았다고 31일 밝혔다.
코로나19를 계기로 개방된 장소인 바다와 해변이 주목받으면서 MZ 세대는 해양관광 시장에서도 주요 소비층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그동안의 해양관광 정책 방향은 시설과 인프라 조성에 집중돼, 이들의 소비 트렌드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KMI 측은 분석했다.
MZ 세대는 전 연령대 중 해양관광에 가장 큰 돈을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021년 해양관광 지출 비용 조사에 따르면 1회 기준으로 20대는 19만 8427원, 30대는 18만 6220원을 지출해 전체 평균 지출액인 17만 7760원을 상회했다.
MZ 세대의 해양관광 트렌드는 소그룹 중심 취미형이다. 이들은 자연경관 감상이나 특산품 구매 등보다는 동적인 해양레크리에이션 활동을 즐긴다. 친환경 소비와 윤리적 소비, 로컬문화 등의 가치소비도 선호한다.
대표적인 예로는 제주의 ‘해녀의 부엌’을 들 수 있다. ‘해녀의 부엌’은 해산물과 공연을 곁들인 극장형 식당 사업으로 제주도의 해녀들과 함께한다. 법인 설립 이후 2년 동안 누적 매출액 10억 원을 달성한 성공적인 로컬 스타트업으로 평가된다. 이런 성공은 세계문화유산인 해녀와 우리 바다에서 생산된 해산물의 가치를 높이 산 가치 지향적 소비 트렌드의 결과라고 KMI 측은 본다.
하지만 현재 정부의 해양관광 정책은 MZ 세대의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하드웨어 구축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KMI가 지난해 해양수산부의 해양관광·문화 예산을 분석한 결과 △거점형 마리나항만 개발(153억 원)△지역맞춤형 관광 인프라 확충(588억 원)△해양박물관·과학관 건립(657억 원) 등으로 대부분이 인프라 구축에 초점을 맞췄다.
보고서는 소프트웨어 강화에 초점을 둔 해양관광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단편적이고 하드웨어 중심인 명소를 개발하거나 기반시설을 확충하는 것을 넘어 MZ 세대의 소비 트렌드를 반영하기 위해서다.
KMI 측은 “MZ 세대 중심 해양관광을 주요 아젠다로 설정해 다양한 정책 참여 주체와 이해 관계자가 논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며 “각각의 관광활동에 초점을 맞춘 정책에서 벗어나 연안지역 발전체계와 연계한 지역 해양관광 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