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일의 디지털 광장] 부족주의 뉴스 서비스

김승일 기자 dojune@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모바일전략국장

관심사·가치로 뭉치는 소그룹화
뉴스 유통도 ‘부족화’ 경향 뚜렷

부산일보 뉴스레터 ‘브레드’
발행 1년 만에 구독자 2만 돌파
이른바 ‘부산 부족’ 노력 호응
구독자·지역과 동반 성장 다짐

정치적 양극화, 의식의 극단화는 부족화(tribalization) 현상으로 설명된다. 소위 정치적 부족주의다. 정치 신념에 따른 정파성보다는 소속 집단의 이익을 지키는 당파성을 우위에 두는 행동양식을 일컫는다. 쉽게 말해 ‘우리가 남이가’ 혹은 ‘우리끼리’를 잣대로 이합집산하는 것이다.

부족화는 실생활에도 널리 퍼져 있다. 끼리끼리 뭉치는 응집력의 강화는 특히 온라인 공간에서 대세다.

마케팅에서 이를 놓칠 리 없다. 이른바 ‘부족 마케팅(tribal marketing)’이다. 관심사와 가치를 공유하는 소수 집단에 초점을 맞추는 전략이다.

예컨대 브랜드 커뮤니티 내의 고객 집단 중 미덕, 관심사, 문화적 요소 등을 기반으로 하위 집단을 소그룹으로 나눠 제품과 서비스를 홍보하는 식이다. 취향이 다른 각 부족마다 서로 다른 ‘가치 제안’ 전략을 구사해서 경쟁력을 확보해야 시장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는 시대가 됐다.



뉴스와 콘텐츠의 유통에서도 부족화는 성패를 가르는 요소가 됐다.

레거시 미디어(전통적인 신문, 방송)는 대체로 독자와 시청자를 세분화해서 대응하지 않았다. 그런데, 모바일 플랫폼이 대세가 되면서 개인화된 맞춤형 뉴스 서비스가 성장하고 있다. 그 대표 주자가 뉴스레터다. 기존 신문과 방송이 발빠르게 대응하지 못해 뉴미디어 분야에서 뒤처지게 된 대목이기도 하다.

뉴스레터를 내놓아 성공하는 경우는 대체로 미디어 스타트업이다. 이들은 창업 단계에서 목표 독자층을 분명히 설정한다. 예컨대 ‘20대 직장 여성’ ‘가상화폐 투자자’ 등을 겨냥한다.

이 새로운 뉴스 서비스는 부족화된 구독자와 교감하면서 동반 성장하는 것이 특징이다. 즉, 구독자는 해당 뉴스레터의 콘텐츠와 제작 방침에 수긍하면서 동질감, 소속감을 갖게 되고 나아가 연대 의식을 형성하는 것으로 발전한다.

이는 오늘날 일반화된 구독 모델의 작동 기제다. 유료화된 서비스라면 구독자 그룹의 부족화 응집력이 강하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부산일보〉는 지난해 9월 뉴스레터 ‘브레드(B-read)’ 발행을 시작했다. 매일 생산되는 수백 건의 기사 중 핵심만 정제한 뉴스 종합판이다. 매일 오전 7시께 구독자들의 메일 수신함에 따끈따끈한 ‘브레드’를 보내기 위해 선임기자급 에디터는 그날의 뉴스를 고르고 또 고른다.

뉴스레터 서비스는 확장을 거듭했다. 구독자들의 다양한 관심사에 맞추기 위해 영상 전문 ‘경건한 주말’이 추가됐고, 주말 여행·레저 정보가 담긴 ‘Week & Joy+’, 심층 분석 ‘논설위원의 뉴스 요리’까지 차림새가 화려해졌다.

〈부산일보〉 뉴스레터는 발행 1년 남짓만인 지난 10월 구독자 2만 명을 돌파했다. 무료 서비스이긴 하나 성장 속도가 이례적으로 빠르다. 그 비결은 구독자들의 뉴스레터 회신에서 짐작할 수 있다.

“안녕하세요, 서울 사람입니다. 부산일보 뉴스레터에서 어떤 느낌을 받느냐 하면 ‘솔직하다’ 입니다. 네이버에 있는 수많은 인터넷 신문기사와 확연히 다른 결이 느껴집니다.”

“지역에 보험자병원이 한 곳도 없다는 뉴스레터 읽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부산 지역의 현안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어 관심 있게 보게 됩니다.”

뉴스레터 구독자들의 의견과 주문에는 일관된 공통점이 있다. 구독자들은 ‘부산에 진심인 뉴스레터’를 바라고 있다는 것이다.

부산시민이건, 출향 인사이건, 아니면 부산에 연고가 없는 독자라도 ‘브레드’를 수신하는 이유는 지금 이 순간의 살아 펄떡이는 부산과 마주하고 싶은 것이다.

이를 부족화 현상에 빗대어 보자면, ‘브레드’ 구독자들은 ‘부산 부족원’인 셈이다. 그러니 뉴스레터 에디터들은 그날의 사건과 이슈 중에 부산에 가장 중요한 우선 순위를 매기는 데 진력한다. 부족원들의 의견과 제안에 귀를 활짝 열어 놓는 것은 기본이다.

2만 독자 시대를 맞은 ‘브레드’는 한층 더 부산에 집중하리라 다짐한다. 부산의 사건과 이슈, 중요한 정보에 천착하며 지역 사회 참여를 촉진하는 역할도 자임한다. 뉴스레터 ‘브레드’의 성장이 구독자의 성장이고, 나아가 부산의 미래라는 각오를 되새긴다. 소통과 참여가 핵심 관건이다.

부산 부족의 문호는 활짝 열려 있다. 부산닷컴(www.busan.com)에 방문하거나 앱을 설치한 뒤 회원에 가입하고, 뉴스레터 수신에 동의하면 된다. 부산 부족주의를 지향하는 뉴스레터 ‘브레드’와 함께 부산의 미래를 만들어 가는 출발점에 서게 되는 것이다.


김승일 기자 dojune@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