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예산 국회’ 개막, 민생 위한 초당적 협력 실천해야
정부 긴축재정 놓고 여야 입장 차 커
예산안 심사 파행 피해 결국 국민 몫
윤석열 대통령의 31일 시정연설을 기점으로 국회가 2024년도 예산안 심사에 착수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시정연설을 통해 “정부의 재정운용 기조는 건전재정”이라고 강조했다. 건전재정이라지만 실은 긴축재정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말이다. 그러면서도 윤 대통령은 사회적 약자 보호에 재원을 더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긴축재정과 민생,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는 것인데, 접점을 찾기 어려운 상반된 방침이라 논란이 일 수밖에 없다. 특히 정부 예산안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대폭 손질하겠다고 벼르고 국민의힘은 고수한다는 입장이라 예산안 심사가 여야 간 정쟁으로 흐를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앞서 656조 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편성해 국회에 제출했다. 올해 예산보다 2.8% 늘어난 것으로,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는 감액이라고 하겠다. 정부의 이런 초긴축 예산 편성은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 올해 세수결손이 60조 원에 이르고 내년에도 여건이 나아지지 않을 것이 거의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턱대고 나라 빚을 늘릴 수도 없기 때문이다. 국가적으로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야 하는 형편인 것이다. 따라서 정부의 긴축재정 기조는 기본적으로 방향이 맞다고 할 수 있다. 국민의힘이 “미래를 위한 건전재정”이라며 윤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 준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하지만 야권의 반응은 싸늘하다. 민생이 최악으로 치닫는 상황에 나라 살림의 긴축 운용은 문제가 있다며 재정 기조의 전면 전환을 요구한다. 현재 우리 경제는 수출부진과 고물가 등으로 침체의 늪에서 좀체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그로 인해 성장 잠재력이 날로 줄어든다는 진단이 곳곳에서 나온다. 우크라이나와 중동에서의 전쟁과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 등 대외 환경까지 악화하면서 전망은 어둡기만 하다. 이런 형편에 국가가 지출을 줄인다면 민생은 더욱 피폐해진다는 게 야권의 주장이다. 특히 각종 지역발전 예산과 연구개발(R&D) 예산의 대대적인 삭감은 국가 미래까지 위기에 빠뜨린다고 경고한다.
예산안 심사는 한 해 국가 운영 계획을 살펴 부족한 점이 있으면 보완하고 수정하는, 국회의 핵심 책무다. 여야가 당리당략에 매몰돼 예산안 심사가 겉돌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가게 된다. 정부의 가용 재원이 부족한 게 분명한 만큼 여야가 더욱 머리를 맞대고 난국을 헤쳐 나갈 묘수를 찾아야지 목소리 높여 싸울 때가 아니다. 민생 살리는 예산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여야의 초당적 협력이 필수다. 마침 이날 시정연설에는 민주당 의원들도 대거 참석했고, 윤 대통령은 그들과 일일이 악수하는 등 지난해와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이런 훈훈한 모습이 예산안 심사에까지 그대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