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한·아세안 국가정원 예타 첫 관문 진입, 2030년 조성
기재부 31일, 예타 후보 선정
동부면 일원, 사업비 1986억
남해안 관광산업 거점 역할
순천만·태화강과 차별화 숙제
기획재정부 몽니에 좌초 위기에 처했던 경남 거제시 한·아세안 국가정원(부산일보 7월 20일 자 11면 등 보도)이 기사회생했다. 재수 끝에 예비타당성조사 막차에 오르며 정상화 발판을 마련했다. 하지만 예타 통과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은 데다, 쪼그라든 사업 규모론 그저 그런 동네 정원이 될 공산이 커 새로운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31일 국민의힘 서일준 국회의원실에 따르면 이날 오전 열린 기재부 제5차 재정사업평가위원회에서 한·아세안 국가정원이 예타 대상 사업에 최종 선정됐다.
한·아세안 국가정원은 ‘2019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공동의장 성명’을 통해 채택된 산림관리 협력 방안 중 하나다. 산림청은 2020년 12월, 국립난대수목원 유치 경쟁에서 밀린 거제에 이를 대체 사업으로 제안했다. 대상지는 동부면 산촌간척지 일원 64만 3000㎡다. 사업비는 최소 2900억 원 이상으로 추산했다.
계획대로라면 순천만, 울산 태화강을 잇는 3호 국가정원이 탄생한다. 특히 1·2호는 지방자치단체가 조성·운영하다 승격된 데 반해, 거제는 계획부터 조성·운영·관리까지 모든 과정을 국가가 전담한 최초의 국가정원이 된다. 예상 방문객은 연간 최대 228만 명. 거제시는 남부내륙철도(서부경남 KTX), 가덕신공항과 연계한 남해안 관광산업의 거점으로, 800만 부울경 주민에게 질 높은 산림복지 서비스와 아세안 10개국 고유의 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하는 교류의 장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지난해 7월 대상지를 확정한 산림청은 12월 ‘타당성 조사 및 기본구상 용역’을 완료하고 올해 2월 기재부에 예타를 신청했다. 애초 예상대로라면 4월 중 개최될 1분기 예타 대상 사업 심사를 거쳐 연내 본 조사까지 마칠 수 있다. 산림청은 이를 토대로 2024년 기본계획을 수립해 2025년 설계를 마친 뒤 이듬해 상반기 첫 삽을 뜨기로 했다. 그래야 부산세계박람회가 열리는 2030년 방문객을 맞을 수 있다.
그런데 기재부에 발목이 잡혔다. 기재부는 막대한 정부 재원이 투입되는 만큼 국비 지원 당위성과 보다 구체적인 사업 계획이 필요하다며 산림청이 제출한 예타 요구서를 반려했다. 때문에 5월 예타 심사 대상에도 오르지 못했다. 다급해진 경남도와 거제시는 조성 면적과 사업비를 각각 40.4ha, 1986억 원으로 줄인 수정안을 제시했다. 산림청은 여기에 지방 정부 재원 분담 방안 등을 담아 지난달 재심사를 요청했다.
예타 통과 여부는 내년 7월 나온다. 이후 기본·실시설계, 토지매입 절차를 최대한 단축하면 2026년 하반기엔 착공해 2030년 이전 완공도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관건은 축소된 사업 규모에 맞춘 차별화 전략이다. 바다를 메워 조성된 산천간척지는 입지나 형태 면에서 순천만과 유사하다. 반면, 사업비는 총 1조 3000억 원이 투입된 순천만의 10분의 1 수준이다. 지금 밑그림대로 만들면 순천만 미니 정원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때문에 주변 섬과 연계한 비치해안 등 거제만의 특색있는 요소들을 접목해야 한다는 게 거제시 판단이다.
서일준 의원은 “남부내륙철도, 가덕신공항 등과 함께 세계 최고 관광도시 도약에 핵심 동력이 될 사업이 마침내 첫발을 내딛게 됐다”면서 “관계기관과 긴밀히 협의해 조속한 예타 통과를 비롯해 2030년 개원에 차질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