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원도심 벽화 거리 놓고 ‘불통 행정’ vs ‘거리 미화’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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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구청, 동광동 일대 벽화 조성
주민 소외·안전 사고 등 갈등
주민 “거주민 의견 묻지도 않아”
구청 “흉물 안 되도록 관리할 것”

부산 중구 주민 일부가 구청이 어떠한 논의도 없이 벽화 거리를 조성한 것에 대해 불만을 표하고 있다. 중구 동광동 거리에 그려진 벽화. 부산 중구 주민 일부가 구청이 어떠한 논의도 없이 벽화 거리를 조성한 것에 대해 불만을 표하고 있다. 중구 동광동 거리에 그려진 벽화.

부산 원도심 골목에 활기를 불어넣고자 시작한 벽화 조성 사업이 일부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실제 벽화를 끼고 사는 주민들 의견 없이 ‘일방 행정’으로 벽화를 조성했다는 지적이다.

31일 오전 10시 부산 중구 동광동 대청로 일대. 부산영화체험박물관 앞 골목에는 빨간색, 파란색 등 원색 위주 벽화가 그려져 있다. 인어, 발레리나 등 총 7개 주제를 가진 벽화가 1m~4m의 크기로 200m가량 골목에 가득하다. 관광객은 카메라를 들면서 감탄하지만, 이곳 주민 일부는 갑작스러운 벽화에 불만을 드러낸다.

중구청은 지난 16일 ‘제8회 거리갤러리 공모전’을 주최해 최근 시상식을 열었다. 거리갤러리 공모전은 중구 내 노후 골목에 그림과 이야기를 덧입혀 새로운 공간으로 만들자는 취지로 2011년 시작됐다. 올해는 총 10개 팀이 참가했다.

하지만 주민 일부는 구청이 주민과 어떠한 소통도 없이 벽화 조성을 강행했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정작 수년 동안 벽화를 보고 살아가는 주민들 의견이 소외됐다는 것이다. 벽화 거리에 거주하면서 서점을 운영하는 장은주 대표는 “벽화 작업 전에 동네 주민과 인근 상인에게 의견 청취나 사전 고지가 전혀 없었다”며 “골목 분위기와 맞지 않는 데다 일관성도 없는 벽화들로 거리 분위기도 이상해졌다”고 주장했다.

비닐, 천막의 펄럭이는 소음이 잠을 깨웠다는 등 벽화 조성 단계에서도 갈등은 지속됐다. 주민들은 입을 모아 좁은 골목에서 벽화 작업자와 차량이 엉키면서 안전사고 위험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벽화거리에 있는 사설 주차장 주차 요원인 최 모(68) 씨는 “주차장에서 빠져나가는 차량이 작업자들을 피하는 과정에서 구조물과 접촉 사고 발생하기도 했다”며 “사고가 있고 나서야 구청에서 안전 요원을 추가로 배치했다”고 말했다.

이에 구청은 13명으로 구성된 미술제추진위원회에 주민 대표 4명을 포함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주민 대표단에 실제 벽화 거리 주민들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벽화 조성 전 협의 대상에도 건축물 소유주만 포함됐을 뿐 벽화 거리 주민들은 제외되면서 실제 현장 의견이 반영되는 데 한계가 있었을 것으로 분석된다.

벽화 조성만큼 사후 관리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구청에 따르면, 올해까지 거리갤러리 공모전에 참가한 팀은 총 161개 팀이다. 훼손에 따라 벽화를 지운 것을 감안하더라도 최소 100개가 넘는 벽화가 중구 곳곳에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벽화를 유지 보수하는 인원은 계약직 1명이 전부다.

익명을 요구한 벽화 전공자는 “비가 내리면 시멘트벽으로 물이 스며들어 표면이 볼록 솟아오르거나 페인트가 벽에서 떨어진다”며 “관리가 미흡한 벽화는 오히려 흉물로 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구청 측은 일부 민원이 제기됐지만 기본적으로 벽화를 좋아하는 시민이 더 많다는 입장이다. 다만 향후에는 벽화가 조성되는 인근 주민들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겠다고 약속했다. 구청 관계자는 “그림에 대한 개인의 취향과 생각은 저마다 다르기에 주민의 민원을 존중한다”며 “벽화가 훼손돼 흉물로 전락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글·사진=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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