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서 몸 낮춘 윤 대통령 "미래세대 위해 초당적 협력을"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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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넘기면 안 돼” 건정재정 강조
총선 포퓰리즘 우려에 선 그어
기초수급 가구 생계급여 추가 지급
한부모 양육비 등 민생 대책 밝혀
야 협력 요청·문 정부 비난 자제
민주 “실질 대안 없는 맹탕 연설”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4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4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31일 국회에서 실시한 내년도 정부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건전 재정’ 기조를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이를 통해 절감한 재원으로는 서민·취약 계층과 국방·치안·치수와 같은 국가 본연의 기능을 강화하는 데 중점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지난해와는 달리 야당의 초당적 협력을 요청하면서 전임 문재인 정부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은 자제했다.

윤 대통령은 먼저 대내외 경제 여건이 심상치 않다고 진단했다. △고금리와 고물가 △세계교역 0%대 증가율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및 중동 정세 불안 등 위기 요인을 열거하며 “각별한 경각심을 갖고 거시경제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했다. 경제위기 때 서민 계층의 어려움부터 커진다는 점에서 범정부 물가안정 체계 가동, 취약계층의 필수 생계비 부담 경감을 비롯해 다양한 민생 안정 대책을 제시했다.

구체적 항목별로는 △123만 기초수급 가구에 1조 5000억 원 생계급여 추가 지급 △한부모 가족 소득 기준 완화로 3만 2000명에게 추가 양육비 지원 △다문화 가정 자녀 6만 명에게 연간 최대 60만 원의 교육활동비 신규 지급 △저소득층 대학생 67만 명의 장학금 평균 8% 인상 등이 소개됐다.

윤 대통령이 이날 “미래 세대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빚을 넘겨주지 않겠다”면서 ‘재정 건전화’를 앞세운 것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우려되는 포퓰리즘(인기 영합)에 선을 그은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대폭 삭감으로 논란이 된 연구개발(R&D) 예산에 대해 “민간과 시장에서 연구개발 투자를 하기 어려운 기초 원천 기술과 차세대 기술 역량을 키우는 데 써야 하는 것”이라며 “첨단 AI 디지털, 바이오, 양자, 우주, 차세대 원자력 등에 대한 R&D 지원을 대폭 확대했다”고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여소야대의 지형 속에서 원만한 예산안 통과를 위해 이날 연설에서 수차례 ‘초당적 협력’을 요청하면서 국회에 감사를 표시했다. 윤 대통령은 “세계 최대 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과 금융, 세제 지원을 통해 반도체와 배터리 분야의 초격차 확보를 위해 힘써왔으며, 그 과정에서 보여준 국회의 관심과 협조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연설을 마무리하면서도 “정부가 마련한 예산안이 차질 없이 집행돼 민생의 부담을 덜어드릴 수 있도록 국회의 적극적인 관심과 협조를 다시 한 번 부탁드린다”며 입법부를 향해 몸을 낮췄다.

전임 문재인 정부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지난해 예산안 시정연설에서는 ‘건전 재정’을 설명하며 “그동안 정치적 목적이 앞선 방만한 재정 운용으로 재정수지 적자가 빠르게 확대됐다”고 공격했던 것과는 차이가 있었다.

이날 27분 20초간의 연설 동안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을 중심으로 모두 32차례의 박수가 나왔다. 이는 지난해 야당 의원들 없는 시정연설의 19차례보다 많은 박수 세례였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불필요한 예산의 낭비를 줄이고 그 재원을 잘 활용해서 약자 복지를 더 촘촘하고 더 두텁게 하겠다는 것이 아주 분야별로 잘 드러났다”며 “예산안에 대해 꼼꼼하게 잘 챙겼다는 것을 알 수 있도록 설명됐다”고 말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윤영덕 원내대변인은 “민생을 챙기겠다던 대통령은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었다”며 “당면한 경제 상황에 대한 위기의식이나 국민의 고단한 삶에 대한 공감, 실질적인 대안은 찾아볼 수 없는 맹탕 연설”이라고 비판했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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