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복도로 '볕 들 날'] 커뮤니티 주택에 에스컬레이터까지 ‘주민 삶 개선’ 집중
[산복도로 '볕 들 날'] 외국 도시 성공 사례
부산 닮은 일본 도쿄 교지마지구
지자체가 주택 구입·도로 확대
홍콩 수직축 연결 ‘미드레벨’ 눈길
주민들이 만족하는 주거환경 개선에 성공한 도시 재생 사례는 세계 곳곳에 있다. 모두 부산 산복도로와 비슷한 환경이나 상황에서 도시 재생을 통해 주민들의 삶을 개선했다.
일본 도쿄 스미다구 교지마지구는 2차 세계대전 당시 피란민들이 모여들면서 마을이 확대된 곳이다. 한국전쟁으로 형성된 산복도로와 역사적 궤적이 같다. 교지마지구는 30~70년 된 목조 주택과 폭 4m 미만의 좁은 골목으로 이뤄져 지진이나 화재에 취약하다는 문제 때문에 주거 개선이 절실한 마을이다.
교지마지구는 1978년부터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이른바 ‘마을 만들기’ 운동에 돌입했다. 도로 폭 확대와 노후 주택 재건축이 골자였다. 관할 지자체가 노후 주택과 주변 토지를 구입하고 도로 폭을 확대하는 방향이었다.
주거환경 개선 사업 덕분에 630m에 달하는 도로 구간에서 폭이 6~8m 폭으로 늘어났다. 또한 1611m 도로 구간에서 폭이 4m로 증가했다.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작은 공원과 마을회관 격인 집회소 등 다양한 편의 시설이 마을에 들어서기도 했다.
무엇보다 주거환경 개선 과정에서 주민협의회, 상점협회 등 마을 주민들을 목소리를 반영하려는 움직임이 꾸준히 나타났다. 주거환경 개선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주민, 고령층을 위한 ‘커뮤니티 주택’ 조성이 대표적 사례로 16개 동이 조성돼 모두 137세대 주민을 수용할 수 있다.
독특한 교통수단으로 고지대와 저지대를 연결한 사례도 있다. 1987년 조성된 홍콩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는 고지대 ‘미드레벨’ 주민을 위한 보행 편의 시설로 길이 800m의 에스컬레이터가 135m 높이 수직축을 연결한다. 덕분에 고지대 주민들은 약 20분 만에 큰 힘을 들이지 않고 고지대와 저지대를 오가는 게 가능하게 됐다. 미국 샌프란시스코도 케이블카를 운영하면서 산 정상부터 해변까지 주민과 관광객을 실어 나른다.
부산에서도 홍콩 같은 보행편의 시설 도입이 논의된 적이 있었지만 실현되지는 못했다. 2010년 부산발전연구원은 ‘산복도로 르네상스 기본구상’에서 64개 추진과제 중 하나로 산복도로 에스컬레이터를 제시했다. 부산역 앞 차이나타운 거리부터 망양로 초원아파트까지 이르는 530m 구간을 에스컬레이터로 연결하는 계획이었다. 주민들 역시 보행 편의시설을 염원했지만, 예산 문제 등으로 계획 단계에 그쳤다.
전문가는 산복도로와 도심을 잇는 보행 편의시설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세밀한 도시 계획이 우선이라고 조언했다. 부산대 통일한국연구원 김지현 교수는 “부산은 먼저 산복도로와 아래 시내를 잇는 특정 수직축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산복도로를 품은 지자체들이 협력해 긴 호흡의 도시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