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팔다가 영업 정지?… “NO, 새 건물 짓습니다”
“부산시 단속서 적발됐다” 와전
해운대 유명 한우 전문점에 불똥
식당 신축 위한 휴업 맞물린 촌극
부산에서 가장 오래된 한우 전문점인 해운대구 중동 ‘해운대암소갈비집’이 난데없이 지역에서 입방아에 올랐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미국산 소고기를 팔다 장기간 영업정지를 당했다는 소문이 퍼졌으나, 식당 건물을 새로 짓기 위한 휴업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업체 측은 “언론보도로 촉발된 오해로 항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며 하소연한다.
31일 부산시에 따르면, 시 특별사법경찰과 식품수사팀은 추석을 앞둔 지난 9월 21일 명절 성수품 취급업소 140여 곳을 대상으로 불법행위 특별단속 결과를 발표했다. 특사경은 지난 8월 7일부터 약 한 달간 벌인 단속에서 농·축·수산물의 원산지 거짓표시와 식품위생관리기준 준수 여부 등을 위반한 업체 10곳을 적발했다. 이중 시는 적발된 한 업체에 대해 “지역 명소에 있는 A 식당의 경우 미국산 냉동쇠고기를 한우로 둔갑시켜 판매하다 적발됐는데, 소비자가 원산지를 쉽게 구분할 수 없도록 양념불고기 형태로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 언론이 A 식당을 ‘부산 해운대의 한 식당’으로 소개하며 “적발된 식당은 손님이 줄을 서서 먹을 정도로 유명 맛집으로 알려졌는데, 손님들이 구분할 수 없게 양념불고기 형태로 팔다 적발됐다”고 보도했다.
이후 SNS 등에서 A 식당이 해운대구 유명 맛집인 ‘해운대암소갈비집’이라는 추측이 나왔다. 이후 소문은 빠르게 입소문을 타며 ‘수개월 동안 영업 정지가 됐다’는 식의 가짜 정보가 와전돼 게시글과 댓글로 퍼졌다.
업체 측은 사실관계를 따지는 전화가 폭주해 골머리를 앓는다. 해운대암소갈비집 윤성원(69) 대표는 “아버지 대부터 이곳에서 60여 년 동안 장사를 해오면서 음식으로 장난치는 사람을 가장 경멸한다”면서 “수입고기는 한 번도 쓴 적도, 쓸 일도 없는데 오해로 인해 전화가 빗발쳐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문제의 업체는 해운대구 송정동에 있는 한 식당이다. ‘농산물 원산지 표시·축산물 이력 위반 정보 공표’ 사이트를 통해 이름이 공개됐지만 이를 확인하는 시민은 많지 않아 루머를 종식하기엔 역부족이다.
공교롭게도 해운대암소갈비집은 지난달 16일부터 기존 건물을 허물고 신축 건물을 짓기 위해 내년 여름까지 휴업한다. 업체는 1964년 영업을 시작해 59년간 단층의 고풍스러운 기와집과 예약을 받지 않아 대기하는 긴 줄 등으로 유명했다. 하지만 구축 건물로 대부분의 좌석이 좌식에다 연기가 잘 빠지지 않는 등의 고객 불편으로 단층 건물을 3층 현대식 건물로 짓는다. 좌식에서 입식으로 교체하고 좌석은 기존 200석에서 220석으로 10% 정도 늘린다.
이번 공사는 해운대암소갈비집 윤 대표의 아들인 ‘윤 해운대 갈비’ 윤주성(38) 대표가 맡았다. 현재 미국 뉴욕에 2018년부터 유일한 분점인 ‘윤 해운대 갈비’를 운영 중이다. 이곳은 올해 초 농림축산식품부가 선정한 뉴욕·파리·도쿄 등 해외 우수 한식당 8곳에 포함되기도 했다.
해운대암소갈비집은 부산에서만 찾을 수 있는 식당을 모토로 향후에도 국내에는 분점을 내지 않을 계획이다. 윤주성 대표는 “기존의 중정을 살리는 등 옛것을 최대한 유지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고, ‘새로운 과거, 오래된 미래’를 슬로건으로 100년 가게를 만들기 위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그동안 부산시민 덕분에 이렇게 가게가 잘 됐는데, 지역민이 쉽게 예약할 수 있는 시스템 개발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