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기 심부전 환자에 희망 심어 주는 ‘인공심장’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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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 펌프 기능 대신하는 좌심실보조장치
장기간 심장이식 대기해야 하는 환자와
고령 등 이유로 이식 불가능 환자 대상
부산대병원, 부산 유일 인공심장수술 인증병원


심부전의 대표적인 증상은 ‘활동 시 호흡곤란’이다. 심부전이 심해져 폐에 물이 차면 경사진 곳을 오르거나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차서 쉬어야 한다. 심부전의 대표적인 증상은 ‘활동 시 호흡곤란’이다. 심부전이 심해져 폐에 물이 차면 경사진 곳을 오르거나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차서 쉬어야 한다.

45세 남성 A 씨는 ‘심부전’ 진단을 받고 수년째 치료를 받아 오다가, 최근 급격히 증세가 악화해 호흡곤란으로 응급실을 찾았다. 에크모(체외막하 산소화요법) 치료를 받았지만, 간기능과 폐기능이 함께 나빠지고 폐렴까지 합병돼 순식간에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까지 맞았다. A 씨는 적극적으로 에크모 치료를 유지해 나갔고, 다행히 심장을 제외한 다른 장기들이 서서히 회복돼 치료 30일 만에 인공심장 수술을 받았다. 현재 A씨는 퇴원해 일상생활을 하면서 심장이식 수술을 기다리고 있다.


■심부전 증상과 치료법은

심부전이란 심장 고유의 펌프 기능이 떨어져 몸이 필요한 만큼 충분한 피를 짜낼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고령 환자가 많다. 노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퇴행성 질환인 고혈압, 당뇨병, 허혈성 심장질환이 진행하면 결국 심부전이 되기 때문이다. 평균 수명 증가와 심장병 치료 기술의 발달로 고령 인구의 유병률이 증가하고 있다.

심부전이 심해져 폐에 물이 차면 경사진 곳을 올라가거나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차서 쉬어야 하고 자다가도 숨이 차서 깨는 증상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것이 심부전의 대표적인 증상이다. 만성적으로 심장 수축력이 떨어진 경우에는 적은 활동량에도 쉽게 피로감을 느끼고, 심부전증과 동반해 부정맥이 생긴 경우 두근거림과 어지럼증을 호소하기도 한다. 다리를 손가락으로 눌렀을 때 푹 들어간 자국이 남는 부종이 발생할 수도 있다.

심부전으로 인해 혈액 순환이 잘 안되면 장에 혈액이 공급되지 않고 정체돼 소화불량, 구역감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하지만 가장 대표적인 증상인 ‘활동 시 호흡곤란’을 제외하고는 증상의 특이도가 높지 않다. 따라서 자각 증상만으로는 심부전을 진단할 수 없기 때문에 심장전문의의 진료와 검사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런 증상이 처음 발생하거나, 잘 조절되다가 갑자기 악화하는 경우를 급성 심부전이라고 한다. 원인 질환에 따라 완전히 회복하기도 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아도 만성심부전으로 진행해 악화와 회복을 반복하다가 결국 심장이식이 필요한 정도로 나빠지기도 한다.

심부전증 발생 초기에는 원인 인자(고혈압, 관상동맥질환, 판막 이상, 부정맥 등)를 교정하고, 2단계부터는 꾸준한 약물치료를 하며, 3단계에서는 약물치료와 병행해 필요한 경우 제세동기나 양심실 조율기 등의 시술적 치료를 한다.


부산대병원 심장혈관외과 송승환 교수가 인공심장 수술을 받은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부산대병원 제공 부산대병원 심장혈관외과 송승환 교수가 인공심장 수술을 받은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부산대병원 제공

■새로운 대안 된 인공심장

4단계의 중증 심부전증까지 진행한 경우에는 심장이식이 완치 방법이다. 최근에는 좌심실보조장치(인공심장)도 대안이 되고 있다. 인공심장은 장기간 심장이식을 대기해야 하는 환자나 심장이식이 불가능한 환자에게 이식하는 기계 장치다. 심장 대신 좌심실로 들어온 혈액을 대동맥으로 밀어 몸 구석구석에 공급한다. 대기시간이 길어져 상태가 악화하는 말기 심부전 환자에게 인공심장을 삽입하면 증상 호전을 기대할 수 있고, 퇴원해서 좀 더 건강한 상태로 심장이식을 대기할 수 있다. 또한 고령 환자는 인공심장을 삽입하면 여생을 심부전 증상 없이 지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부산대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송승환 교수는 “대개는 인공심장 삽입 후 1~2년 전후로 심장이식을 받게 되지만 정해진 기간은 없다”며, “인공심장으로 인한 합병증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적합한 공여심장이 나타날 때까지 수년 이상 대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선 사례의 A 씨는 부산대병원이 인공심장 수술로 생명을 살린 열두 번째 환자다. 부산대병원 심부전치료팀은 2019년 지역 최초로 인공심장 수술에 성공했고, 2020년에는 지역 최초로 인공심장 수술 환자에게 심장이식 수술까지 성공했다. 2021년에는 최신 모델인 3세대 인공심장 수술을 지역 최초로 성공했다. 부산에서는 유일한 인공심장수술 인증병원이기도 하다. 부산대병원은 2014년부터 순환기내과 최정현·이혜원·이선학 교수, 심장혈관흉부외과 송승환·김은지 교수, 마취통증의학과 홍정민 교수, 재활의학과 이병주 교수로 이뤄진 심부전치료팀을 운영하고 있다.

부산대병원 심부전치료팀이 인공심장 치료술 인증병원 현판을 들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송승환·이혜원·이병주 교수, 뒷줄 왼쪽부터 최정현·이선학·김은지 교수. 부산대병원 제공 부산대병원 심부전치료팀이 인공심장 치료술 인증병원 현판을 들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송승환·이혜원·이병주 교수, 뒷줄 왼쪽부터 최정현·이선학·김은지 교수. 부산대병원 제공

이혜원 교수는 “인공심장이 활성화되면서 심장이식만을 기다리다 돌아가시는 심부전 환자가 점차 줄어들 것으로 본다”며 “인공심장이 심부전 환자들의 새로운 희망이 됐다”고 말했다.

송승환 교수는 “심부전 환자는 지속적이면서도 체계적인 관리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적절한 시기에 인공심장수술이나 심장이식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게 지역 심부전센터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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