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 미끼로 지역 갈등 부추기는 원전 사업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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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생면 주민 신규 원전 유치 선언
원전 추가 땐 울산에만 6기 가동
부울경 전체로는 18기로 느는 셈
시군 단위 결정 지역 갈등 불가피
인근 기장군 등 반발 목소리 고조


울산 울주군 서생면 신리항에서 바라 본 새울 원전 1~4호기. 권승혁 기자 울산 울주군 서생면 신리항에서 바라 본 새울 원전 1~4호기. 권승혁 기자

원전 밀집지역인 울산 울주군 서생면 주민들이 정부의 반(反) 탈원전 기조에 맞춰 원전 추가 유치를 선언하자 같은 원전 영향권인 부울경 전체의 안전을 놓고 민심이 들끓고 있다. 4000여 명 주민의 이익을 위해 750만 명 시도민의 목숨을 담보로 잡히는 게 맞느냐는 의문이 커지는 상황이다.

5일 오전 울산 울주군 서생면 신리항에 도착하자 둥그런 돔 모양의 새울원전 1~4호기가 한눈에 들어왔다. 이곳에서 만난 한 50대 주민에게 ‘원전 자율 유치에 서명했느냐’고 묻자 “당연히 사인했다. 원래 원전이 없었던 것도 아니고 지역 발전 차원에서 지원금도 받고 좋지 않느냐”고 답했다. ‘원전의 위험성’에 대한 질문에는 “부산의 오래된 고리원전이 더 위험하지 새로 생기는 원전이 뭐가 위험하냐”고 쏘아붙였다.

서생면 21개 마을 이장단은 지난달 5일 “서생면 19세 이상 유권자(7622명)의 절반이 넘는 4042명의 서명이 담긴 원전 자율유치 서명부를 울주군에 전달했다”며 “새울 5·6호기 유치를 희망한다”고 발표했다. 정부가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4~2038년) 수립과정에 신규 원전 최대 6기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서생면에는 2016년과 2019년에 각각 준공한 새울 1·2호기(구 신고리 3·4호기)가 이미 가동되고 있고, 새울 3·4호기(구 신고리 5·6호기)도 내년과 내후년 각각 완공을 앞둔 상황이다. 여기에 2기를 더 유치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부산 사상구만한 작은 어촌마을(면적 36.9㎢)에 총 6기의 원전이 가동하게 된다. 부울경 전체로는 18기의 원전이 포진하는 대규모 핵 밀집단지가 형성되는 것이다.

당장 서생면과 맞닿은 부산 기장군에서 반발 기류가 감지된다. 기장군의회 황운철 의원은 “현재도 부울경 지역에는 전 세계에 유례가 없을 정도로 원전이 밀집해 있고 지금도 고리원전 계속운전 논란 등으로 지역사회의 갈등을 빚고 있다”며 “서생면에 원전이 설치된다고 하더라도 좁게는 5km, 넓게는 30km 반경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피해를 볼 우려가 있어 간단하게 생각할 문제는 절대 아니다”고 말했다.

울산 울주군 서생면 서생경로당 인근에 새울 5, 6호기 유치를 찬성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권승혁 기자 울산 울주군 서생면 서생경로당 인근에 새울 5, 6호기 유치를 찬성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권승혁 기자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원전안전운영정보시스템(OPIS)에 따르면 1978년 첫 원전 가동 이후 2020년까지 42년간 발생한 사고와 고장은 760건으로, 이 가운데 고리원전 사고와 고장이 313건에 이른다. 고리·월성 원전 주변에서는 규모 6.5 이상 강진을 일으킬 수 있는 활성단층 5개가 정부 차원의 단층 조사를 통해 확인되기도 했다. 지난 4~6월 동해안에서 발생한 지진만 232회에 달한다.

문제는 제동장치가 없는 소수의 결정이 자칫 광범위한 지역의 안전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이다.

원전은 통상 주무 기관인 한국수력원자력이 사업을 공고하고 각 지자체가 관내 환경을 검토한 후 사업 예정구역을 신청하면서 부지가 확정·고시된다. 이 과정에서 지자체는 부지선정위원회를 설립, 사업타당성 조사에 착수한다. 그런데 최초 부지 선정과정에서 주민공청회나 설명회가 법적 강제 사항이 아니다. 특히 법정 지원금이나 가산금을 받기 위해 시·군 단위로 원전 유치신청서를 접수하다 보니 지자체 간 갈등의 소지도 상존한다.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에는 지원사업 시행자로 특별자치도지사와 시장, 군수 또는 구청장까지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원전 자율 유치는 과거 사례에 비춰보면 주로 시·군 단위에서 이뤄지고, 이 과정에서 주민 합의 절차 등에 대한 법 규정은 없다”며 “하지만 실제 원전이 건설되는 동안 환경영향평가는 물론 각종 의견 수렴 절차가 원전 주변 수 킬로미터까지 여러 지자체에 걸쳐 진행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울주군 관계자는 “아직 정부 전력수급계획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원전 유치와 관련해) 어떠한 방침도 정해진 게 없다”며 “서생면 원전 유치 운동도 동향 파악 정도로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핵단체도 거세게 반대하고 있다.

탈핵울산행동은 “새울원전 5·6호기 추가 건설을 위해선 반드시 ‘방사선 비상계획구역’에 포함되는 부울경 시민들의 의견도 물어야 한다”며 “원전 추가 유치 시도에 대해 사생결단으로 막아내겠다”고 말했다. 부산환경운동연합 민은주 사무처장도 “신규 원전이 설치되면 울산 울주군뿐만 아니라 부울경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데 서생면 주민들이 이해당사자라며 원전 유치를 주장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며 “추가 원전 설치를 막기 위해 부울경 연대체를 꾸려 강력한 대응에 나서겠다”고 항의했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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