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고향숙 부산 남구 ‘행복한 도서관’ 관장 “다문화가정 어린이 위한 돌봄 프로그램 확대 필요”
카자흐스탄 고려인 33명 부산 초청
‘고려인·독일 파견과 다문화’ 사진전도
“다문화가정 아이 글로벌 리더로 육성”
“카자흐스탄에 사는 현재의 고려인들은 일제 강점기 때 대한민국 독립군의 후예들이 대부분입니다. 그 분들이 부산을 방문한다기에 지역을 제대로 보고 느낄 수 있도록 돕고 싶었습니다.”
부산 남구 감만동에서 작은도서관인 ‘행복한 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는 고향숙 관장.
행복한 도서관은 중국, 러시아,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베트남, 미얀마, 태국 등의 현지어로 된 1만 3000여 권의 어린이 그림책과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는 다양한 장소를 보유한 다문화가정 어린이 특성화 공간이다. 2003년에 개소한 이 도서관은 2019년부터 다문화 어린이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시작했다. 고 관장과 그의 딸인 진현지 매니저가 함께 기획한 ‘카자흐스탄 고려인 부산 방문’도 이 활동의 하나로 추진된 것이다.
“고려인들의 삶은 고난의 연속이었습니다. 짧게는 70여 년, 길게는 수백 년 동안 온갖 고초를 다 겪었죠. 그럼에도 인동초처럼 다 이겨냈습니다. 지금은 중앙아시아 최고의 민족으로 우뚝서 있으니까요.”
고 관장은 “이 같은 역경에도 조국 대한민국은 오랫동안 그들의 존재를 잊고 있었다. 이제는 그들을 따뜻하게 맞아주고, 격려했으면 좋겠다”며 “정체성의 혼란으로 방황하는 우리 사회 다문화가정 어린이들에게 통합과 소통의 살아있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4월 초 카자흐스탄 알마타에 있는 ‘한국뿌리학교’ 노인대학반의 60대 33명이 4일간의 일정으로 부산을 방문했다. 이들은 부산 해운대구 아쿠아리움, 동백섬, 해운대해수욕장, 남구 유엔평화공원, 황령산 등지를 관람하고 부산항만공사의 협찬으로 선상 투어에 이어 국제시장, 자갈치시장 등도 둘러봤다. 한국뿌리학교와 자매결연을 맺고 있는 행복한 도서관이 이 행사를 주최하고 주관한 것이다.
고 관장은 “방문 기간 고려인들은 눈부시게 발전한 조국의 모습을 보고 ‘대한민국 부산이 맞나’며 딴 나라에 온 것 같다고 말했다”면서 “이 말을 듣는 순간 심장이 멈추는 것 같았죠. 이들은 한국인과 같은 뿌리인 것을 너무나 자랑스러워 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고 관장은 고려인들의 이처럼 밝은 모습을 보며 다문화가정과 그 자녀들을 위한 복지 증진 사업에 더욱 매진해야 겠다는 책임감마저 들었다고 한다.
행복한 도서관은 다문화가정 복지 증진 사업의 구체적 행보로 지난달 24일 부산 중구 부산관광호텔에서 ‘독일 파견과 다문화’ 사진전을 열었고, 오는 7~14일 부산 중구 광복동 BNK부산은행 갤러리에서 ‘고려인과 다문화’ 사진전을 연다. 12월에는 남구 용호동 부산예술회관에서도 똑같은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특히 이번 사진전에서는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된 고려인의 정착, 교육, 문화 등의 기록을 담은 사진물은 물론 러시아 최초의 한인 사업가이자 독립운동가인 최재형 선생을 재조명하는 자리도 마련된다.
“다문화가정 아이들은 부모가 각기 다른 모국어를 사용하고 있어 원활한 언어 소통에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정 내 이중 언어 문제를 전문적인 교육 방법으로 잘 해결하면 2개 언어 모두를 능숙하게 구사할 수 있는 글로벌 리더로 육성할 수 있습니다. 최재형 선생이 역사적으로 좋은 사례자로 꼽힙니다.”
고 관장의 일과 대부분은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돌보는 자원봉사와 도서관 프로그램 운영이 차지한다. 현재 여러 단체와 협약을 맺고 지역 사회 자원봉사 자원 발굴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혼자만의 힘으론 한계가 있다고 한다.
그는 “이제 다문화가정은 우리 사회의 주요 일원으로 자리매김 했다”며 “결혼 이민자뿐 아니라 다문화가정 아이들에 대한 별도의 돌봄 프로그램이 더욱 확대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글·사진=강성할 선임기자 shgang@busan.com
강성할 선임기자 shg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