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밥상 물가 비상, 위기의 민생 왜 안 챙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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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연속 5%대, “정부 관리 실패” 비난
모든 역량 끌어모아 시급히 안정시켜야

5일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우유의 소비자물가지수는 122.03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4.3% 상승했다. 대형마트에 진열된 우유. 연합뉴스 5일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우유의 소비자물가지수는 122.03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4.3% 상승했다. 대형마트에 진열된 우유. 연합뉴스

밥상 물가가 요동치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올해 1~10월 식료품·비주류음료 물가지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1% 올랐다. 원유와 곡물 등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과 기상 이변에 따른 작황 부진이 주원인이라 앞으로도 밥상 물가가 떨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2021년과 2022년에도 5.9%씩 올랐는데, 현 추세라면 3년 연속 5%를 넘기게 된다. 3년 연속 5% 이상 상승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심각했던 2009∼2011년 이후 처음이다. 당초 정부는 올해 연말로 갈수록 밥상 물가는 점차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고 호언했다. 하지만 통계청의 이번 수치는 정부의 물가 관리가 실패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당장 서민들이 죽을 맛이다. 먹거리가 너무 비싸기 때문이다. 사과나 배는 작년보다 줄잡아 80% 이상 올랐고, 김장철이 코 앞인데 배추와 대파 가격이 근 50%나 폭등했다. 과일과 채소만이 아니다. 우유, 계란, 육류, 가공식품 등 거의 모든 식재료 가격이 하루가 다르게 오르고 있다. 한동안 상승이 억제되던 우유 가격도 마침내 버티지 못하고 14.3% 올랐다. 14년 만에 최고 상승률이다. 우유가 원료인 분유 등 유제품 가격도 들썩인다. 외식 물가는 더 말할 것도 없다. 대학생들은 자장면 한 그릇 맘 편히 사 먹지 못하고 직장인들은 퇴근 후 삼겹살에 소주 한잔 걸치는 걸 사치로 여기는 형편이다. 가히 공포 수준이다.

먹거리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다 보니 전체 물가 역시 우상향의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7월 6.3%를 정점으로 하락하면서 올해 7월엔 2.3%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이후 상승세로 돌아서 8월 3.4%, 9월 3.7%, 10월 3.8% 상승률을 나타냈다. 소비자물가 상승세는 지방에서 더 두드러져 부산의 경우 지난달 4.1%를 기록해 전국 평균치를 웃돌았다. 정부는 국제유가 등이 전반적으로 높게 형성되면서 전체 물가를 끌어올렸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비상경제장관회의니 물가관계장관회의니 하며 분주하게 대책을 논의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백약이 무효인 상황으로, 민생은 더욱 궁지로 몰리고 있다.

물가 폭등은 국가 경제질서를 무너뜨리는 가장 큰 위해 요소다. 그중에서도 밥상 물가는 특히 서민의 삶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소득 하위 20%에 해당하는 가구의 경우 식비가 가처분소득의 절반에 육박한다는 통계는 그 사실을 방증한다. 정부가 다른 모든 것에 앞서 밥상 물가를 잡아야 하는 이유인 것이다. 정부는 전담 인력을 꾸려 주요 식품의 물가를 품목별로 집중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관련 업계를 압박해 가격 인상을 최대한 억제하겠다는 뜻인데, 근본 원인은 외면한 근시안적인 미봉책이라 하겠다. 좀 더 효율적이면서도 장기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그것이 민생을 제대로 챙기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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