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비틀스의 마지막 신곡

곽명섭 논설위원 kms0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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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체된 지 벌써 50년도 더 지난 비틀스(The Beatles)가 최근 신곡을 발표했다고? 세계 대중음악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밴드인 비틀스는 1970년 4월에 이미 해체됐는데, 신곡을 내놨다고 하니 무슨 일인가 싶었다. 아마 요즘 하루가 다르게 발달하는 인공지능 기술의 힘을 빌려 당시 멤버들의 목소리를 기계적으로 조합했을 것이라고 여겼다.

이 짐작은 어느 정도 맞기도 하고, 아니기도 했다. 비틀스의 마지막 신곡으로 최근 발표된 ‘나우 앤드 덴(Now And Then)’은 세상을 떠난 존 레넌이 1977년 피아노 반주 위에 자신의 목소리를 얹어 만든 미완성의 데모곡이다. 레넌은 평소 집에서 악상이 떠오를 때 이를 연습곡으로 만들어 피아노를 치면서 카세트테이프에 담기를 좋아했는데, 이 곡도 그때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의 아들의 말이 그렇다.

당시 이 곡은 발표되지도 않았고, 따라서 아는 사람도 없었다. 레넌 사후 14년 만인 1994년 이 곡이 세상에 알려지자, 비틀스의 남은 멤버 3명이 레넌이 남긴 테이프 음원에 자신들의 연주를 얹어 곡을 완성하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결과는 실패. 레넌의 목소리를 피아노 연주와 분리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나우 앤드 덴은 잊혀 갔다. 게다가 멤버 중 조지 해리슨마저 2001년 세상을 떠나 더는 곡을 완성할 수가 없게 됐다.

이 난제를 인공지능이 마침내 해결했다. 뒤섞인 여러 음원을 인공지능이 개별적으로 분리해 46년 만에 완전한 비틀스의 모습을 재현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피아노 반주와 뒤섞여 있던 레넌의 목소리는 무반주 상태로 추출됐고, 여기에 작고한 해리슨이 앞서 녹음했던 기타 반주와 매카트니, 링고 스타의 연주까지 더해져 ‘완전체 비틀스’의 신곡이 수십 년 만에 다시 세상에 나오게 됐다. 인공지능이라는 새로운 기술을 만나 인류 최고의 대중음악 밴드인 비틀스가 다시 한번 전 세계 팬들에게 불후의 감동으로 다가온 것이다.

비틀스는 대중음악적인 측면 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영향력에서도 여전히 매력적인 아이콘이다. 그런 비틀스가 현대 문명의 최정점에 있는 인공지능 기술의 도움으로 과거와 현재 사이의 간극을 훌쩍 건너뛰어 음악의 영속성을 보여준 것 역시 매우 상징적이다. 신곡을 포함한 비틀스의 대표곡 모음 음반도 오는 10일(현지 시간) 발매될 예정이라고 한다. 현대 과학과 음악의 협업으로 되살아난 완전체 비틀스가 팬들에게 또 어떤 새로운 세계를 보여줄지 궁금하다.

곽명섭 논설위원 kms01@


곽명섭 논설위원 kms0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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