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당해 경찰서 갔는데…“담당자 모두 퇴근” 거짓말
중고사이트 입금 뒤 판매자 두절
창원 경찰서 민원실에 도움 요청
“담당자 모두 퇴근” 거짓말 들통 나
경찰 “대응 미흡… 잘못했다” 시인
“사기당해서 찾아간 경찰서에서 다시 사기당한 기분입니다.”
중고거래 사기 피해 신고차 경찰서를 찾은 30대 민원인이 당직 경찰관의 거짓말에 헛걸음하자 불만을 토로했다.
5일 경남경찰청 등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오후 5시께 경남 창원시 한 경찰서 민원실에 다급해 보이는 남성이 들어와 도움을 구했다. 중고거래 사기를 당했다는 것이다.
피해자 A 씨는 중고물품 거래 앱인 ‘당근마켓’에서 모바일 상품권 100만 원어치를 80만 원에 구매했다. 그러나 이는 허위 물건이었고, 판매자 아이디는 곧장 삭제되면서 연락이 끊겼다.
부모 집에 새 에어컨을 놓으려는데, 경제적 부담에 한 푼이라도 아껴보려 온라인에서 상품권을 뒤진 게 화근이었다.
피해 당일 오후 A 씨는 하던 일도 제쳐두고 경찰서로 달려갔다. 수사부서가 있는 본관으로 이동해 사건을 접수하려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현관에서 만난 당직 경찰관 B 씨가 “오늘은 집단 유연근무 날이라 수사팀이 모두 퇴근하고 없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사이버 범죄 신고시스템(ECRM)을 통해 스스로 사건 접수 후 다음 주 다시 경찰서를 방문하라고 안내했다.
A 씨가 발을 돌려 경찰서를 나설 땐 오후 6시도 채 되기 전이었다. 그런데 이는 B 씨의 거짓말이었다.
경남경찰청은 본청 지침으로 2017년 4월부터 집단 유연근무를 실시하고 있다. 통상 매월 둘째 수요일과 마지막 금요일 사용토록 권장하며, 대부분 오전 8시에 출근해 오후 5시에 퇴근한다.
A 씨가 경찰서를 찾은 27일은 마지막 금요일로, 유연근무 날이다.
하지만 경찰서엔 통합당직실이 운영돼 언제나 사건을 접수할 수 있는 데다 정작 인터넷 사기 범죄 등을 담당하는 사이버수사팀은 당시 전원 근무하고 있었다. 심지어 B 씨가 해당 사이버팀 소속으로, 수사를 맡아야 할 당사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비슷한 시간에 방문한 다른 사이버범죄 등 2건에 대해선 B 씨가 직접 접수를 도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A 씨는 “억울하고 황당하다. 처음 사기당해 당황스럽고 불안한데 정작 경찰관이 저를 배척한 것 같은 기분”이라며 “거짓말하는 경찰관을 어떻게 신뢰하겠냐”고 꼬집었다.
경찰 관계자는 “다른 민원 응대에 바쁜데 증거도 없이 찾아와서 일단 ECRM 접수를 도와드린 것”이라며 “사건 접수 자체를 거부한 건 아니지만, 미흡한 대응에 민원인이 기분 나빴을 것 같다. 경찰관이 잘못했다”고 해명했다.
강대한 기자 kd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