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 피땀 제값에”… 전국 첫 지자체 직영 유통기관 인기
밀양시 100% 출자 ‘밀양물산’
박일호 시장 주도 2020년 설립
농민 판로 확보 어려움 타개 목적
지난해 부임 배용호 대표 ‘분주’
설립 3년 차 수출 등 성과도 속속
경남 밀양시에서 100% 출자한 전국 유일의 농산물유통 전문기관인 ‘밀양물산’이 설립 3년 차를 맞았다. ‘힘들게 재배한 농산물을 제값에 판매해 준다’는 목표로 설립된 이 기관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해 말 부임한 배용호 2대 밀양물산 대표는 국내외 유통 판로를 개척하기 위해 분주하다.
밀양시의 인구는 지난 9월 기준 인구 10만 2275명. 이 가운데 20% 이상이 농민이다. 명실상부한 ‘농업 도시’라는 이야기다.
특히, 밀양은 이름처럼 일조량이 많고 자연재해가 적은 데다 인근의 밀양댐에서 물을 확보하기 쉬워 농사짓기에 최적의 환경을 갖췄다. 1943년 국내 최초로 딸기를 처음으로 재배한 곳도 밀양 삼랑진이다. 지리적으로도 밀양은 부산, 창원, 울산, 대구 등 농산물 대량 소비처인 대도시와 가까워 하우스 농업이 발달했다. 현재는 얼음골 사과, 깻잎, 대추, 딸기 등이 주로 재배된다.
농산물은 재배와 수확만큼이나 판매가 중요하다. 농산물은 가공품과 달리 유통기한이 짧아 안정적인 판로가 없으면 무용지물이 되는 까닭이다. 밀양시는 언제나 관심사가 안정적인 농산물 판매처 확보였다. 이런 농민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박일호 밀양시장은 지난 2020년 9월 밀양물산을 설립했다. 전국 최초의 기초지자체 직영 유통 기관이다.
설립 2년 차인 지난해 12월 밀양물산 제2대 대표이사로 배용호 씨가 임명됐다. 배 대표는 농림축산식품부 산하기관인 한국농사산식품유통공사(aT)에서 33년간 근무하며 일본 도쿄지사장, 오사카지사장, 인천지역본부장 등을 지낸 농산물 유통 전문가다.
그는 “aT 지역 본부장 보직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2021년 밀양 파견을 자처해 시와 많은 사업을 함께 진행한 것이 인연이 됐다”면서 “농민의 소득 증대와 ‘스마트 6차 농업’을 선도하는 농식품 전문 공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박 시장님의 포부와 함께하게 됐다”고 밝혔다.
배 대표는 안정적인 농산물의 실수요처 확보를 위해 국내는 물론 해외까지 발로 뛴다. 질 좋은 상품은 쉽게 팔 수 있지만, 전체 농산물 중 절반 이상 차지하는 중품과 하품은 판로 개척이 결정적이다. 현재 밀양물산은 사과는 사과주스로, 깻잎은 반찬인 자반, 딸기는 초콜릿 등으로 가공하는 등 다양한 방식의 판로를 개발 중이다.
올해 상반기 대추방울토마토, 초당옥수수, 해맑음미니수박 등은 대도시의 실수요 업체로 보내기로 한 것도 밀양물산의 성과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로 보낸 딸기 ‘설향’의 수출 총액은 9000만 원을 달성했다는 낭보도 전해졌다. 농식품바우처 꾸러미 판매사업으로 어린이집 등에 질 좋은 농산물을 받아보는 사업도 진행한다. 농산물 쇼핑몰인 ‘밀양팜’은 중간 이윤 없이 판매해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 만족하는 유통채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밀양물산은 밀양시 43개의 초·중·고의 공공급식에도 식자재 중간 이윤을 취하지 않고 질 좋은 농축임산물을 제공 중이다. 향후 이를 관내 기관이나 업체로도 확대할 계획이다. 배 대표는 “밀양물산이 점점 자리 잡으면서 이젠 농민들이 먼저 찾아와서 밀양팜에 재배한 제품을 넣어달라는 등의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면서 “특히 수출하게 되면 포장, 디자인, 배송까지 책임지며 업체의 경쟁력이 많이 올라가는 계기가 돼 동남아 등 다양한 국가로 판매처를 넓힐 계획이다”고 말했다.
밀양물산은 부산과의 접점도 늘려가고 있다. 지난 8월 부산 최대 청과도매법인 ‘부산청과’와 업무 협약을 맺고 농산물 납품을 추진한다. 해운대구청, 부산진구청 직거래장터 행사에도 꾸준히 참여 중이다. 밀양물산은 부산 대형마트나 제조회사에 판로를 개척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배 대표는 “aT 근무 당시 강원도에서 수출 담당을 맡은 적이 있었는데 제가 책임인 업체가 나중에 공장도 증설하고 커진 것을 보고 정말 큰 보람을 느꼈다”면서 “모든 것은 현장에 답이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항상 농민을 만나며 현장을 확인하는 자세로 조직을 운영할 것이다”고 밝혔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