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안팎서 커지는 ‘네타냐후 규탄’ 목소리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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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영국·독일 등지서 대대적 시위
미국서도 팔레스타인 민간인 지지 확산
이스라엘선 “총리 수감하라” 구호까지
국민 44% “하마스 습격 네타냐후 탓”

4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수천 명의 사람들이 이스라엘의 대량 학살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연합뉴스 4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수천 명의 사람들이 이스라엘의 대량 학살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연합뉴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연일 공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세계 곳곳에서 휴전을 촉구하고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이스라엘에서도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는 등 이스라엘 안팎에서 네타냐후 규탄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세계 곳곳서 "우리가 팔레스타인인이다”

4일(현지 시간) AP·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프랑스 파리에서는 수천 명의 시위대가 모여 가자지구의 즉각적인 휴전을 요구했다. 중심가에 모인 시위대는 “폭력의 순환을 멈춰라”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은 공모하는 것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위대 중 상당수가 팔레스타인 국기를 흔들며 “팔레스타인은 살 것이다, 팔레스타인은 이길 것이다”는 구호를 외쳤다.

영국 런던에서는 수천 명의 시위대가 중심가인 트래펄가 광장의 길을 막고 앉아 시위를 펼쳤다. 이들은 “팔레스타인에 자유를”이라는 현수막을 들고 “지금 당장 휴전하라” “수천 명, 수백만 명, 우리는 모두 팔레스타인인이다”는 구호를 외쳤다.

영국 글래스고에서도 시위대가 BBC 건물 앞에서 지난 3주간 가자지구에서 사망한 어린이 3000명을 상징하는 시신 운반 가방을 들고 시위했다고 dpa통신이 전했다. 시신 운반 가방에는 “가자지구의 모든 어린이 미래는 시신 가방에 있다”고 쓰여 있었다. 독일 베를린에서는 약 6000명이 휴전을 촉구하며 중심부를 행진했고 뒤셀도르프에서도 수천 명이 시위를 펼쳤다.

이탈리아 밀라노에서는 4000명이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시위를 펼쳤고 로마에서도 수천 명이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며 행진했다. 튀르키예 이스탄불과 앙카라에서도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방문을 하루 앞두고 수백 명의 시위대가 모였다.

이들은 ‘블링컨, 학살의 공범은 튀르키예를 떠나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과 빨간색으로 ‘X’ 표시를 한 블링컨 장관·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사진을 들고 시위를 펼쳤다.

미국에서도 미국 워싱턴DC, 뉴욕, 내슈빌, 신시내티, 라스베이거스, 샌프란시스코 등 각지에서 시위대가 가자지구 휴전을 요구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대부분의 미국인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상대로 싸우는 이스라엘을 지지하지만,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대한 공격을 확대하면서 팔레스타인 민간인에 대한 미국인의 지지가 커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지난 2일 미국 퀴니피액 대학교가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 유권자의 84%는 미국이 중동 분쟁에 군사적으로 휘말릴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여전히 절반을 넘는 51%는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지지했고 71%는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민간인에 인도주의적 지원을 하는 것에 찬성했다.

■이스라엘 내에서도 네타냐후 퇴진 요구

이스라엘 내부에서도 이번 전쟁을 진두지휘하는 네타냐후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AFP·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저녁 이스라엘 최대 도시 텔아비브 시내에서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현 정부를 규탄하는 수천 명 규모의 시위가 진행됐다. 시위대 수백명은 네타냐후 총리의 집 앞에서 “당장 수감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경찰과 대치하기도 했다.

이 중 한 명인 네타 친은 “그들(정부)은 우리를 배신했다”면서 “우리는 네타냐후를 치워버리기 위한 투표가 치러지길 원한다. 이 시위가 계속되고 더 커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번 시위는 이스라엘 국민의 무려 76%가 네타냐후 총리의 퇴진을 원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가운데 열린 것이다. 이스라엘 채널13 방송이 진행한 해당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4%는 전쟁이 끝나는 대로 총선을 치러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공격해 1400여 명의 민간인과 군인, 외국인을 살해하고 220여 명을 납치한 사건과 관련해 책임이 가장 큰 사람을 묻는 말에는 44%가 네타냐후 총리를 지목했고, 군 지휘부의 책임을 거론한 이는 33%에 그쳤다.

로이터통신은 “초기의 충격이 가시면서 대중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 가자지구에 붙들려 있는 인질들의 가족 다수는 정부의 대응에 매우 비판적이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번 전쟁이 터지기 전에도 부패 혐의 관련 재판과 ‘방탄용 입법’이란 비판을 받는 사법부 무력화 시도로 거센 정치적 압력에 직면한 상태였다. 이로 인해 이스라엘에서는 9개월에 걸쳐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고, 이는 이스라엘군과 정보당국이 하마스의 기습 계획을 사전에 파악하지 못한 배경 중 하나로 거론된다.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북부 난민촌을 공습해 논란이 이는 가운데 5일 AFP·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4일 밤 중부 지역에서도 데이르 알발라 구역에 위치한 알마가지 난민촌을 공격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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