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요한 혁신위 “당 지도부와 친윤, 불출마·험지 출마 결단을”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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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대사면 이어 ‘2호’ 제안
당 주류 겨냥 ‘희생론’ 당내 들썩
현실화 땐 메가톤급 파장 불가피
일각서 “반강제 요구 되레 악재”
김기현 “공식 논의 기구 통해 검토”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4일 오후 부산 경성대학교에서 열린 이준석 전 대표, 이언주 전 의원이 진행하는 토크콘서트에 참석해 있다. 이날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1시간 30분가량 진행된 토크콘서트를 지켜보고 자리를 떠났다. 이 전 대표와 별도의 대화는 없었다. 연합뉴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4일 오후 부산 경성대학교에서 열린 이준석 전 대표, 이언주 전 의원이 진행하는 토크콘서트에 참석해 있다. 이날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1시간 30분가량 진행된 토크콘서트를 지켜보고 자리를 떠났다. 이 전 대표와 별도의 대화는 없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회’가 당 지도부와 중진, 친윤(친윤석열)계 의원들에게 내년 총선 불출마 또는 수도권 험지 출마를 결단하라는 초강수를 뒀다. 혁신과 통합을 천명한 인 혁신위원장이 당 주류를 정조준한 것으로 지도부를 포함한 당내가 들썩이고 있다. 다만 이 경우 실력과 평판이 뛰어난 의원들이 배제되는 등 역효과도 상당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혁신위발 ‘뇌관’이 실제 적용될지는 미지수다.

인 혁신위원장은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혁신위 4차 회의를 한 뒤 당 지도부와 중진 의원, 친윤계 의원들에게 내년 총선 불출마 또는 수도권 험지 출마를 결단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지난달 30일 통합을 주제로 이준석 전 대표 등에 대한 대사면 제안을 한 데 이어 두 번째 제안이다.


국민의힘 인요한(맨 오른쪽) 혁신위원장이 지난 4일 부산 경성대학교에서 열린 이준석 전 대표와 이언주 전 의원의 토크콘서트에 참석했다. 이날 인 위원장은 1시간 30분가량 진행된 토크콘서트를 지켜보고 자리를 떠났다. 이 전 대표와 별도의 대화는 없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인요한(맨 오른쪽) 혁신위원장이 지난 4일 부산 경성대학교에서 열린 이준석 전 대표와 이언주 전 의원의 토크콘서트에 참석했다. 이날 인 위원장은 1시간 30분가량 진행된 토크콘서트를 지켜보고 자리를 떠났다. 이 전 대표와 별도의 대화는 없었다. 연합뉴스

인 위원장은 “우리 당은 위기다. 그걸 바로잡기 위해서는 희생의 틀 아래에서 결단이 요구된다”며 “당 지도부와 중진, 대통령과 가까이 지내는 의원들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거나 아니면 수도권 지역에 어려운 곳에 와서 출마하는 걸로 결단을 내려줄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말했다. 혁신위가 언급한 ‘희생’의 대상은 김기현 대표 등 당 지도부, 3선 이상 중진들, 친윤 핵심 의원 모두를 포괄할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혁신위는 중진의 기준, 대통령과 가까이 지내는 의원’이 누구냐는 질문에는 “그런 건 없다”며 당에서 스스로 논의할 부분이라는 취지로 답했다.

인 위원장은 “과거엔 국민이 희생하고 정치하는 분들은 많은 이득을 받았는데 이제는 국민에게 모든 걸 돌려주고 정치인이 결단을 내려서 희생하는 새로운 길을 요구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경진 혁신위원은 “위원장이 말한 내용은 지도부와 중진 의원, 대통령과 가까운 분들에게 ‘정치적 권고’를 하는 메시지”라며 “혁신위가 공식 의결을 한 건 아니지만, 심도 깊은 토론이 있었고 위원들 내부에 묵시적 합의가 있었다”고 전했다.

인 위원장이 당초 ‘2호 제안’의 하나로 검토하겠다고 했던 동일 지역구 3선 초과 연임 금지’는 이날 발표에서는 빠졌다. 혁신위는 또 △국회의원 숫자 10% 감축 △불체포특권 전면 포기 당헌·당규 명문화 △국회의원 세비 삭감 및 국회의원 구속 시 세비 전면 박탈 및 본회의·상임위원회 불출석 시 세비 삭감 △현역의원 평가 후 하위 20% 공천 원천 배제 등 4개 안건도 의결하고 당에 수용을 촉구했다.

인 위원장이 쏘아 올린 ‘희생론’은 총선을 5개월여 앞둔 현재 현실화 여부에 따라 ‘메가톤급 파장’이 불가피하다. 불출마 또는 수도권 험지 출마가 이어질 경우 다수 현역 의원의 ‘물갈이’로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대상자는 대체로 당의 텃밭으로 여겨지는 영남권에 포진해 있다. 당내에선 “개개인의 결단에 달린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당대표나 원내대표 출신 등 당 주류 의원들이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맞다는 것이다.

다만 희생론이 만만찮은 부작용을 부를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다. ‘선수’가 많다거나 친윤 등으로 분류된다는 이유 많으로 이들에 대한 불출마 또는 지역구 이동의 반강제적 요구가 정작 총선에서 악재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실력과 평판, 대중적 명성이 아닌 다른 기준을 적용해 ‘차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당 지도부, 친윤, 중진이라는 이유만으로 불출마, 험지 출마를 강행한다면 지역구 사수가 흔들릴 것”이라며 “그 자리들을 민주당이 꿰찬다면 여소야대 지형 극복은 물건너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의원은 “파격적인 쇄신안이지만, 윤 정부 최대 위기이자 기회인 총선을 앞두고는 굉장히 리스크가 큰 결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 지도부도 조심스러운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김 대표는 “당의 공식적인 논의 기구와 절차를 통해서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인 혁신위원장은 비윤(비윤석열)계 포용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는 지난 4일 부산에서 열린 이준석 전 대표의 토크콘서트에 ‘깜짝’ 참석했다. 다만 양측의 개별적 만남은 이뤄지지 않았다. 혁신위는 “전 대표의 의견을 듣기 위한 방문이었다”고 설명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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