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서생 신규 원전 추진, 부울경 모두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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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추가 땐 부울경 18기로 늘어
지역 공동체 갈등·균열 위기 고조

문재인 정부 때 공사가 중단된 뒤 공론화 과정을 거쳐 공사를 재개한 새울원전 3·4호기(구 신고리 5·6호기) 전경.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때 공사가 중단된 뒤 공론화 과정을 거쳐 공사를 재개한 새울원전 3·4호기(구 신고리 5·6호기) 전경. 연합뉴스

원전 밀집 지역인 울산 울주군 서생면 주민들이 원전 추가 유치를 선언하자 원전 영향권인 부울경의 민심이 들끓고 있다. 서생면 21개 마을 이장단협의회는 최근 울주군청에서 “새울 5·6호기 유치를 희망한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고, 19세 이상 주민(7622명)의 절반이 넘는 4042명의 서명이 담긴 원전 자율유치 서명부를 전달했다. 정부가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4~2038년) 수립 과정에 신규 원전 최대 6기를 검토 중이라고 알려지면서 벌어진 일이다. 주민들은 원전 건립에 따른 일자리 창출과 인구 유입, 특별지원금을 통한 지역 발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한다.

서생면에는 이미 가동 중인 새울 1·2호기에 이어, 새울 3·4호기도 2024~2025년 준공을 앞둔 상황이다. 여기에 2기를 더 설치하면 부산 사상구만 한 작은 어촌마을(면적 36.9㎢)에 총 6기의 원전이 가동하게 된다. 750만 명 주민이 몰려 사는 부울경 전체로는 18기의 원전이 포진하는 대규모 핵 밀집단지로 변한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30㎞ 반경 주민이 20만 명에 불과했던 것과는 비교조차 불가능하다. 지역 발전도 중요하지만, 4000여 명 주민의 이해를 위해 750만 명 부울경 시도민의 목숨을 담보로 잡는 게 맞느냐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낙후된 지역을 발전시켜 보겠다는 의도가 자칫 수백만 명 주민의 생명과 재산권에 돌이킬 수 없는 누를 끼칠 수 있다.

읍·면 행정구역만 다를 뿐, 같은 바다를 끼고 사는 인근 지역에서부터 반발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서생면과 인접한 부산 기장군의회에서는 “간단하게 생각할 문제는 절대 아니다”라는 반대 입장이 벌써 터져 나오고 있다고 한다. 반핵단체와 원전마피아, 여야 정치권까지 가세하면 정쟁으로 인해 지역 내부의 갈등만 고조될 뿐이다. 울주군 소속 6개 읍과 면 중에서 신규 원전 반경 5km 이내인 서생면·온양읍에는 일반지원금의 70%가 지원되지만, 받지 못하는 나머지 읍과 면은 냉랭한 분위기라고 한다. 게다가, 지난 4~6월 동해안에서 발생한 지진만 232회에 이르고, 고리·월성 원전 주변에서는 규모 6.5 이상 강진을 일으킬 수 있는 활성단층 5개가 확인될 정도로 안전성에도 의문이 일고 있다. 원전에 쌓여 있는 사용후 핵연료는 해결 방법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

원전과 관련된 재해는 예고 없이 찾아올 수 있다. 원전이 신규로 설치되면 사고 위험은 울주군 서생면뿐만 아니라, 부울경 전체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국가 차원에서도 원전의 사고 등 위험부담으로 원전 반경 30km로 방사선 비상계획구역을 확대하는 내용의 방사능방재법을 개정할 정도다. 원전 유치의 이해 당사자는 직접 설치 지역 주민뿐만 아니라, 부울경 주민 모두이다. 원전 추가 유치에는 750만 명 주민의 삶과 미래가 달려있다는 점을 충분히 고려해 모두가 함께 시간을 두고 안전성과 지역 경제 발전 방안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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