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로365] 바다에서 바라보는 부산을 만들자
이근우 부경대 사학과 교수
지난 4일 저녁, 무려 77만 명의 사람들이 운집한 가운데 부산 불꽃축제가 화려하게 펼쳐졌다. 광안대교를 배경으로 한 나이아가라, 이구아수 폭포를 연상시키는 불꽃을 비롯해 지름 400m에 이르는 불꽃도 선을 보였다. 이를 보려는 사람들로 광안리 해변은 물론이고 장자산과 황령산 일대까지 붐볐다. 일각에서는 인산인해를 이룬 상황이라 제대로 몸을 움직일 수조차 없었다는 불만도 들린다. 그런데 부산의 불꽃놀이는 우리만 보는 것이 아니다. 대마도에서도 볼 수 있다. 한때는 광안대교 바깥쪽 바다에 배를 띄워 감상하기도 했다.
우리는 불꽃놀이를 육지에서 보아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 아닐까. 대부분 관람객이 육지에서 광안대교 쪽을 바라보았기 때문이다. 관점을 바꾸어 바다에서 불꽃축제를 보면 어떨까. 아니 바다에서 보는 사람을 위한 배려도 필요하다. 불꽃축제가 펼쳐지는 동안 광안대교의 바깥 바다에 색색의 불을 밝힌 수많은 배들이 떠 있다면 축제의 분위기도 한층 고조되지 않을까.
불꽃축제 계기 부산관광 변화 필요
육지 중심 벗어나 바다 활용할 시점
부산의 매력, 해상에서 보면 더 부각
동백섬~낙동강 하구 절경 즐비해
유람선 고급화로 새 관광코스 개발
‘배 위에서 보는 부산’ 새 관점 열려
불꽃축제만 그런 게 아니다. 부산은 해안을 중심으로 발달한 도시이고, 공교롭게도 많은 산이 도시 여기저기에 있다. 그러다 보니 산을 통과하기 위해서 터널을 뚫고, 바다를 건너기 위해 다리를 놓았다. 많은 터널과 다리를 건설하였지만, 부산의 교통이 반드시 원활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도시철도 1호선의 경우도 길이만 40.6㎞에 40개 역이 있고, 신평 쪽으로 크게 우회해서 다대포 방향으로 가기 때문에 총노선 운행에 80분가량이 소요된다. 만약 해운대에서 출발해서 다대포로 가려면, 역시 서면에서 환승해야 하고 40개의 역을 지나야 한다. 도시철도는 대부분이 지하 구간이어서 이동하는 동안 부산의 자연이나 문화를 느끼기도 어렵다.
한편, 해운대 미포항에서 영도 태종대 앞을 지나 다대포까지 직선거리는 25㎞이다. 만약 배로 움직인다면 이동 시간도 줄고 부산의 아름다운 자연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동백섬, 이기대, 오륙도, 신선대, 태종대를 지나 몰운대의 경관을 즐길 수 있다. 서쪽으로 좀 더 나아가면 낙동강 하구에 형성된 도요등, 신자도를 볼 수 있고 가덕도도 만날 수 있다.
육지에서는 체감하기 어려운 해안의 절경과 아기자기한 섬들도 모습을 드러낸다. 이름도 정겨운 주전자섬, 머리섬(두도), 망사섬, 모자섬, 쥐섬, 나무섬과 같은 많은 섬은 결코 육지에서는 쉽게 접근할 수 없다. 지금도 미포와 오륙도·영도에 연락선이 왕래하고 있지만, 부산의 아름다운 자연과 현대적인 도시 이미지에 어울리는 것이라고 하기 어렵다.
외국의 경우에도 프랑스의 센강, 오사카의 요도가와, 방콕의 짜오프라야강을 오가는 연락선이 있다. 도시 가운데를 흐르는 강을 오르내린다고 한들 강 주변에 늘어선 건물들을 볼 수 있을 뿐이다. 자연이 만들어 내는 다채롭고도 아름다운 부산의 경관과 비교할 순 없다. 산과 바다와 강의 풍광을 온전히 즐길 수 있는 부산이야말로 관광을 위한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러한 부산관광의 미래를 위해서는 좀 더 근사하고 세련된 선박을 건조할 필요가 있다. 배를 타는 것만으로도 멋진 관광을 했다는 느낌이 들어야 한다. 바람이 잦고 파도도 만만치 않은 부산의 해안을 항해하기 위해선 안전하고 편안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배를 만들어야 한다. 조선 강국이라고 불리는 대한민국이 설마 부산 해안을 왕래할 멋들어진 배를 만들어 내지 못할까. 기상 조건에 따라 운항하는 배를 달리하는 것도 한 방편이 될 수 있다.
다양하고 흥미로운 코스 개발도 필요하다. 해운대에서 일출을 보고 나서 여러 곳에 들러서 관광을 즐긴 다음 몰운대에서 낙조를 즐길 수 있는 코스도 만들고, 중간중간 선착장에 내려서 해산물을 즐기기도 하고 경관이 빼어난 곳을 걸어서 살펴볼 수 있도록 배려할 필요도 있다.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하는 부산 시내 관광보다, 유람선을 이용하면 부산의 볼거리 중 하나인 어촌 마을을 찾아가기도 훨씬 편리하다.
특히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용호동 어촌계, 암남 어촌계나 다대포 어촌계와 같은 곳을 손쉽게 들러 볼 수 있다. 하선하는 곳마다 한두 시간에 둘러볼 수 있는 관광 코스도 촘촘하게 개발해야 한다. 다대포에 하선하면, 윤임의 아들인 첨사 윤흥신 장군이 다대진 전투를 벌였던 다대진성, 윤흥신 장군을 기리는 윤공단, 몰운대의 다대진 동헌과 부산포전투에서 전사한 정운 장군의 순의비를 찾아볼 수도 있고, 몰운대 해안의 빼어난 경치도 체험할 수 있다.
불꽃축제가 있는 날이면 새로 건조한 유람선을 타고 부산의 해안 절경을 구경한 사람들이 해상에서 아름다운 불꽃을 보면서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다. 육지가 아닌 바다에서 부산을 바라보면 비로소 새로운 가능성이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