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12월 말까지 당 변화 없으면 다른 길 모색”
창당 시점 구체적으로 첫 언급
부산서 인 위원장에 영어 면박
당 안팎서 “부적절하다” 비판
연일 신당 창당 가능성을 시사해 온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12월 말까지 당에 변화가 없으면 다른 길을 모색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창당 결심 시점을 언급했다. 다만 그를 향한 당 안팎의 시선은 한층 싸늘해진 모양새다.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의 접촉 시도에 면박성 발언으로 선을 긋는 등 그의 태도에 당 내에서는 ‘선을 넘었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 전 대표는 유튜브 채널 ‘여의도재건축조합’에 출연해 “12월 말까지 당에 변화가 없으면 다른 길을 모색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밝혔다. 그간 신당 창당 가능성을 시사해 왔지만, 구체적인 시점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민생보다 계속 이념에 집중하고 정치적 다른 목소리를 ‘내부 총질’이라고 얘기한다면, 당이 정치를 담을 수 있는 그릇이 안 된다는 것”이라며 “그러면 저는 새로운 길로 가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전 대표에 대한 당 안팎의 시선은 그가 부산을 방문한 이후 한층 싸늘해졌다. 지난 4일 부산에서 열린 토크콘서트에서 이 전 대표가 인 위원장에게 한 발언이 계기가 됐다. 이 전 대표는 본인을 찾아 토크콘서트에 참석한 인 위원장에게 한국어가 아닌 영어로 ‘미스터 린턴(Mr. Linton)’이라고 부르면서 “진짜 환자는 서울에 있다”고 발언했다.
이를 두고 당내에서는 “부적절한 처사”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 전 대표를 보러 서울에서 온 손님에게 면박을 주는 게 옳은 처사냐는 것이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이 전 대표가 아무리 마음이 상했어도 그렇게까지 했으면 안 된다”며 “적어도 인 위원장이 수차례 손을 내밀었으면 대화로 풀어나가는 게 맞다. 당의 발전을 바라는 게 맞는 건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금태섭 전 의원 신당 ‘새로운선택’ 곽대중 대변인도 페이스북에 “이준석 전 대표는 인요한 위원장에게 일부러 영어로 말했다”며 “ ‘너는 우리 국가의 일원으로 인정할 수 없다’라는 뜻의 ‘헤이트 스피치(혐오 발언)’”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 전 대표는 종종 ‘선’을 넘는다. 누가 그런 사람과 선뜻 손을 잡으려 하겠는가”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 전 대표의 신당 창당에 대한 관심은 갈수록 커지는 모양새다. 신당이 가시화하면 국민의힘 수도권 선거는 더욱 험난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신당 창당설에 힘이 실리면서 인요한 혁신위의 혁신 동력에도 더욱 추진력이 붙을 전망이다. 이날 인 위원장은 친윤(친윤석열)계 등의 불출마·험지 출마 제안과 관련해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이 누구인지 우리가 다 알지 않느냐. 결단을 내려야 한다”며 “한두 명만 결단을 내리면 다 따라오게 돼 있다”고 말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