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총선기획단에도 ‘PK 전무’… ‘영남=텃밭’ 편견에 소외 심화
PK 제외 각 지역 12명 고루 배치
혁신위 이어 핵심기구서 또 빠져
총선 관련 기구 수도권·전남 주도
“영남 희생시켜 총선 반전 노리지만
수도권 민심 변화 실증 사례 없어”
정책 역량 수도권 집중 불만도 비등
국민의힘이 서울 강서구청장 보선 패배 이후 수도권 위주로 당 체제를 개편하면서 부산·울산·경남(PK) 소외 현상이 두드러진다. 당 쇄신안을 마련할 혁신위원회에 이어 6일 구성된 총선기획단에도 PK 출신이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메가 서울’ 등 비수도권 이해와 상충되는 듯한 수도권 위주 정책이 힘을 받는 반면 ‘험지 출마론’ 등 PK 지역 의견은 도외시한 총선 전략이 ‘절대 공식’처럼 논의되고 있다. 지역 여권에서는 “‘스윙 스테이트’로 바뀐 PK를 ‘영남=텃밭’이라는 편견으로 마구 재단하려 한다”는 불만이 커지는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단장인 이만희(경북 영천청도) 사무총장 등 12명으로 꾸려진 총선기획단 구성을 의결했다. 지도부에서 유의동 정책위의장, 김성원 여의도연구원장, 배준영 전략기획부총장, 이양수 원내수석부대표, 송상헌 홍보본부장이 당연직 위원으로 포함됐고, 현역 의원 중 조은희(서울 서초갑), 윤창현(대전 동구) 의원이 포함됐다. 원외 인사로는 30대인 김재섭 서울 도봉갑 당협위원장과 곽관용 경기 남양주을 당협위원장, 허남주 전북 전주갑 당협위원장, 함인경 변호사 등 4명이 합류했다.
지역 안배를 보면 서울, 경기, 대전, 전북 지역 당협위원장들이 골고루 배치된 모양새이지만, 당의 주력인 PK 출신은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다.
앞서 인요한 위원장을 비롯한 혁신위도 남녀·지역·직업 균형과 신구 조화 등을 두루 고려해 13명이 위원이 선임됐지만, 영남권에서는 대구·경북(TK) 인사가 다수 포함된 반면, PK 출신은 없었다. 총선을 앞두고 당 쇄신 방안과 공천 전략을 성안하는 핵심 기구에 지역 출신이 완전히 배제된 셈이다. 울산이 지역구인 김기현(남을) 대표가 당 지도부를 이끌고 있지만, 그 역시 험지 출마 또는 불출마 압박에 직면해 있다.
국민의힘 총선 관련 기구를 수도권과 호남 출신이 주도하면서 이른바 ‘영남당’ 프레임에 기반한 당 쇄신 방안이 우선 거론되고 있다. 당내 ‘기득권’인 영남의 ‘희생’을 바탕으로 총선 분위기를 반전시키자는 것이다. 인요한 혁신위가 초반부터 들고 나온 쇄신 방안이 영남 중진 험지 출마론과 친윤(친윤석열) 핵심 불출마론이다. 인 위원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한 공개 압박은 물론 이들 의원들과 개별적으로 접촉해 험지 출마, 또는 불출마를 종용할 정도로 세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그러나 이런 방안이 수도권 민심을 바꾼다는 실증 사례는 없다. 대신 21대 총선 당시 김형오 공천관리위원회가 대대적인 중진 험지 출마와 영남 중진 물갈이를 실행했으나, 험지 출마자들은 전멸하고 당은 참패로 끝난 정반대 사례는 존재한다. PK의 한 중진 의원은 “혁신위로서는 국민 시선을 끄는 획기적인 방안을 시도하고 싶겠지만, 덮어놓고 험지 출마, 불출마를 성사시킨다고 민심이 우리 쪽으로 확 돌아서는 건 아니다”며 “정교한 시나리오 없이 무딘 칼을 마구 휘두르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실제 21대 총선 당시 TK와 PK가 쇄신론의 타깃이 돼 대규모 공천 물갈이가 이뤄졌지만, 그 여파로 재선이 사라지고 초선들이 대거 진입해 ‘선수별 균형’이 무너지면서 지역 정치권의 경쟁력이 오히려 추락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당 지도부가 정책 역량을 수도권에 쏟는 데 대한 불만도 비등하다. 당내 화두가 된 메가시티의 경우 지난해 당 소속인 경남지사와 울산시장이 반대해 무산됐지만 당시 당 지도부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지역의 한 여권 인사는 “‘메가 서울’에 대한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뒤늦게 비수도권으로 메가시티 논의를 확대하자는 모습이 부울경 주민들에게 신뢰감을 줄 수 있겠느냐”면서 “당 지도부가 진척이 없는 산업은행법 개정안 처리에라도 당력을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