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독과점 갑질’ 질타에 금융권 ‘상생금융안’ 마련 분주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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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신한, 1000억 대책 발표
BNK, 지역상생발전위 구성
정부 ‘시장금리 개입’ 우려도

BNK금융지주는 지난 3일 빈대인 회장 주재로 ‘상생금융 확대 긴급회의’를 열었다. BNK금융지주 제공 BNK금융지주는 지난 3일 빈대인 회장 주재로 ‘상생금융 확대 긴급회의’를 열었다. BNK금융지주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권에 연일 “독과점·종노릇”이란 표현을 쓰며 강경한 발언을 쏟아내자, 금융사들이 두 번째 ‘상생금융’ 방안 마련에 분주하다. 윤 대통령이 원리금 상환 부담이 과다하다고 지적한 만큼 취약계층 중심의 고금리 부담 완화가 방안에 담길 전망이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금융사 중 윤 대통령의 사회적 책임 강화 주문에 가장 발 빠르게 대처한 곳은 하나은행이다. 하나은행은 지난 3일 1000억 원 규모의 대책을 내놓았다. 소상공인·자영업자 30만 명을 대상으로 △납부 이자 캐시백 △서민금융 확대 △에너지 생활비 지원 등의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다.

신한금융도 이날 기존 지원안의 연장과 소상공인·청년 신규 지원을 위한 상생금융 패키지를 1050억 원 규모로 마련했다고 밝혔다. BNK·KB·우리 등 주요 금융지주들도 상생금융 대책을 추가로 내놓기 위해 회의를 이어가고 있다. 오는 16일로 예정된 금융당국과의 간담회 전에 구체적인 상생안을 마련해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BNK금융지주는 지난 3일 빈대인 회장 주재로 ‘상생금융 확대 긴급회의’를 개최했다. 외부전문가를 포함한 지역상생발전위원회를 구성하는 것 외에 △지역 중소기업 성장지원 △소상공인·취약계층 재기지원 △청년 창업지원이라는 3대 전략 과제를 설정했다. BNK금융 관계자는 “상생 금융 확대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상생 금융 확대 방안을 마련해서 가까운 시일 내에 발표할 계획이다”고 전했다.

KB금융은 연 7%가 넘는 높은 금리를 적용받는 대출자의 이자를 깎아주는 것과 각종 공과금을 지원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우리금융도 계열사별로 상생금융 추진 현황을 점검하고 확대 방안을 논의 중이다.

금융권의 발 빠른 움직임은 윤 대통령이 연일 직접적인 비판 발언을 쏟아낸 영향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고금리로 어려운 소상공인들께서 죽도록 일해서 번 돈을 고스란히 대출 원리금 상환에 갖다 바치는 현실에 마치 은행의 종노릇을 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 지난 1일에도 “우리나라 은행들은 일종의 독과점이기 때문에 갑질을 많이 한다”며 비판하기도 했다.

금융당국 수장의 압박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날 금융업권협회 회장단 간담회에서 “국가 경제의 허리를 지탱하는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어려움을 줄여줄 수 있는 ‘특단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지원안 마련을 촉구했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정부가 고금리에 따른 이자 부담을 은행만의 잘못이라고 몰아가는 것은 부당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또 정부 개입이 시장금리 체계 산정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해 초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했지만 당시 수신금리 경쟁을 자제하라는 금융당국의 ‘관치’ 탓에 대출금리는 오르지만, 예금금리는 반대로 낮아지는 시장 왜곡 현상이 연출된 바 있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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