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여 명 희생에도 끝날 기미 없는 전쟁… 국제사회도 갈라져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한 달

하마스 기습 공격에 전쟁 시작
가자 희생자 70% 어린이·여성
중동전쟁 우려 속 미·이란에 촉각
전쟁 책임 네타냐후 퇴진 요구도

팔레스타인인들이 지난달 7일(현지 시간) 붙잡힌 이스라엘 민간인을 이스라엘 크파르 아자 키부츠에서 가자지구로 데려가고 있다(위에서부터). 지난달 7일 이스라엘 남부 아슈켈론에서 경찰이 가자지구에서 발사된 로켓을 피해 여성과 어린이를 대피시키고 있다. 지난달 24일 가자지구 남부 칸 유니스의 나세르 병원에서 한 부상자가 부상을 입은 아이를 안고 있다. 지난 5일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에서 열린 팔레스타인 지지 집회에서 시위대가 행진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AP·AFP연합뉴스 팔레스타인인들이 지난달 7일(현지 시간) 붙잡힌 이스라엘 민간인을 이스라엘 크파르 아자 키부츠에서 가자지구로 데려가고 있다(위에서부터). 지난달 7일 이스라엘 남부 아슈켈론에서 경찰이 가자지구에서 발사된 로켓을 피해 여성과 어린이를 대피시키고 있다. 지난달 24일 가자지구 남부 칸 유니스의 나세르 병원에서 한 부상자가 부상을 입은 아이를 안고 있다. 지난 5일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에서 열린 팔레스타인 지지 집회에서 시위대가 행진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AP·AFP연합뉴스

유대교 안식일 새벽,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시작된 전쟁이 7일(현지 시간)이면 꼭 한 달째가 된다.

전례 없는 기습 공격에 수백 명의 자국민이 죽고 인질로 끌려가는 상황을 경험한 이스라엘은 미국의 지지 속에 ‘피의 보복’을 다짐하고 하마스를 뿌리 뽑겠다며 ‘길고 어려운 전쟁’에 돌입했다.

전쟁 한 달 만에 가자지구 측 사망자는 1만 명에 육박한다. 이 중 무려 70%가 여성과 어린이다. 가자지구에서 민간인 피해와 인도주의적 참사 위기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서 휴전을 요구하는 국제사회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반이스라엘 정서도 확산되는 양상이다. 이스라엘 내부에서도 이번 전쟁에 책임이 있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격화하고 있다.

■한 달새 양측에서 1만 2000명 사망

지난달 7일. 초막절(출애굽 한 유대인의 광야 장막 생활을 기념하는 유대 명절) 종료 직후 찾아온 안식일인 이날 새벽 이스라엘 남부에 수천 발의 로켓 포탄이 날아들었다. 그리고 동시에 수천 명의 하마스 무장대원들이 가자지구 분리 장벽을 넘어 이스라엘 남부를 급습했다.

하마스 무장대원들은 분리 장벽 인근의 키부츠 등에 들어가 닥치는 대로 사람들을 죽였고 240명이 넘는 군인과 민간인을 인질로 잡아 가자지구로 끌고 갔다.

명절 끝 안식일 새벽 무방비 상태에서 상상도 못 했던 일격을 당한 이스라엘은 상황을 전쟁으로 규정하고, 곧바로 자국에 침투한 하마스 무장대원 소탕과 함께 전투기, 야포 등을 동원해 대대적 보복에 나섰다. 또 수만 명의 현역 군인과 함께 약 36만 명의 예비군에 동원령을 내린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포위하고 지난달 말부터 본격적인 지상전에 돌입했다.

한 달간 이어진 전쟁에서 양측 사망자(양측 집계 기준)는 이미 지난달 말 1만 명을 넘어섰고, 최근에는 1만 2000명 선에 육박하고 있다. 하마스 측 가자지구 보건부가 집계한 지난 3일 기준 팔레스타인 사망자는 9257명이다. 이스라엘 측에서도 약 1400명이 목숨을 잃었다.

■생지옥으로 변한 ‘지붕 없는 감옥’

전쟁 한 달이 되면서 세계 최대의 ‘지붕 없는 감옥’ 가자지구는 생지옥으로 변한 상태다. 이스라엘의 전면 봉쇄로 인도주의적 재앙이 현실화하자 연료를 제외한 구호품 반입이 뒤늦게 재개됐으나,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국제사회에서는 인도주의적 휴전 내지 교전 중지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이스라엘을 재차 방문한 토니 블링컨 미국 장관도 지난 3일 텔아비브에서 네타냐후 총리 등과 만나 인도적 목적의 일시적 교전 중단을 공식 제안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휴전은 없다”며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특히 가자지구의 타깃을 향해 폭탄을 쏟아붓는 그동안의 전면적 싸움과 달리 하마스 세력의 은신처를 하나하나 찾아내 제압해야 하는 시가전이 포함된 지상전은 전쟁 장기화를 예고하고 있다.

지난 한 달간 전세계를 뒤흔든 이번 전쟁으로 중동뿐 아니라 세계 안보 지형도 요동치는 양상이다. 전 세계 여론이 친이스라엘 대 반이스라엘로 분열되는 양상 속에서 미국과 중국·러시아 사이 ‘신냉전’ 기류도 가속화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이목은 이제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국지전을 넘어 ‘제5차 중동전쟁’으로 번질 가능성에 집중된다. 실제 이번 전쟁에는 이란의 지원을 받는 중동의 무장세력들이 잇따라 개입해 판을 키우는 양상이다.

서방과 이스라엘이 ‘이란의 대리 세력’으로 부르는 하마스의 우호 세력 중에는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개전 직후부터 일찌감치 전쟁에 개입했다. 또 예멘의 후티 반군도 지난달 말부터 드론과 미사일로 이스라엘의 동부 국경지대를 위협하면서 본격적인 전쟁 개입을 선언했다. 여기에 시리아에서 활동하는 친이란 민병대 ‘이맘 후세인 여단’도 최근 헤즈볼라를 지원하기 위해 레바논 남부로 이동했다.

■두 국가 해법, 이번엔 성공할까

미국 등 주요국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에 제시하는 종전 후 경로는 ‘두 국가 해법’이다. 이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이 서로 주권을 인정하고 각자 독립국으로서 평화롭게 공존한다는 구상이다.

두 국가 해법은 1948년 이스라엘의 건국보다 이른 1937년 유럽에서 이주해온 유대인과 아랍 주민의 갈등 속에 처음으로 제안됐다. 그간 타협점이 모색되는 때도 있었으나 항상 양측 극단주의자의 반대가 큰 걸림돌이었다.

단적인 사례가 양측 정상이 만나 평화적 공존 방안을 모색한 1993년 오슬로 협정과 그에 따라 불어닥친 역풍이었다.

오슬로 협정은 팔레스타인 자치와 이스라엘의 존재를 서로 인정한 원칙적 합의였다. 이는 두 국가 해법을 향한 획기적 진전으로 평가됐으나 양측 극단주의자의 테러 속에 유명무실해졌다. 나중에 협정 주역인 이츠하크 라빈 이스라엘 총리가 1995년 자국 민족주의자에게 암살당하는 비극도 발생했다.

가자지구 전쟁이 끝난 뒤에도 비슷한 역학관계가 작동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하마스 해체와 네타냐후 정권 퇴진이 현실화한다면 전면에 나선 극단주의가 해체된다는 점에서 ‘두 국가 해법’에 긍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