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MoCA, 오늘 만나는 미술] 연결되어 울려퍼지는 소리
■장민승 + 정재일 ‘시편 144:4’
장민승+정재일은 전시와 공연을 넘나드는 듀오이다. 장민승이 영상 연출을 맡고 정재일이 음악을 맡은 프로젝트 팀으로, 특히 정재일은 영화 ‘기생충’을 비롯해 ‘오징어게임’ 등의 음악감독으로 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다.
장민승+정재일의 작품 ‘시편 144:4’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서로 간의 거리가 극심히 제한되었던 겨울, 부산현대미술관의 전시 ‘푸른 종소리’ 출품을 위해 제작된 작품이다.
‘푸른 종소리’는 타인의 아픔과 슬픔이라는 감정과 정동이 얼마나 서로 공감되고 연결될 수 있는지 살피는 전시였다. 전시는 이런 내용을 관통하는 매체로 음악과 소리에 주목했다.
‘시편 144:4’는 일종의 레퀴엠으로, 그레고리안 합창과 흑백 파노라마 영상을 담아냈다. 이 작품은 무수한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읊어지고 있는 ‘호소와 기도 소리’를 전달하는 것이다. 장민승 작가는 한국 근현대사의 변곡점인 부마민주항쟁과 이듬해 있었던 5·18 민주화운동을 겪은 사람들의 일기와 아카이브 사료를 접했다. 작가는 절박하고 위태로웠던 순간을 기록한 일기에 적힌 호소가 성경의 시편과 닮아있음을 발견했다. 시편 144편은 종교적인 의미를 넘어서 가련한 삶을 신에게 청하고 의탁하는 순간을 묘사하는 시이다.
작품의 첫 장면은 암흑 속 촛불로 누군가의 죽음을 밝힌다. 이내 그 촛불은 끝나버린 평화를 암시하듯 지전을 태우고, 굉음과 함께 흩어지는 비둘기처럼 순식간에 날아간다. 화면이 전환되며 피아노의 구조를 카메라가 훑어 나간다. 결합된 구조뿐만 아니라 그 안의 나사 하나하나까지 샅샅이 확대한다.
건반을 누르며 가해지는 힘은 해머로 전달되어 현을 두드린다. 소리를 내기 위해 긴밀히 연결된 피아노의 88개 건반은 결합된 몸처럼 함께 떨린다. 소리를 내고 울려 퍼진다는 것은 마치 피아노의 구조처럼 타인과 내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기에 가능하다.
응당 당연하지만 놓쳐 버리는 사실처럼 현재는 과거와 미래의 조각이다. 시편의 고백은 자아에만 몰두하던 연민을 넘어선다. 공감은 동정이나 일체감이 아닌 서로가 연관되어 있음을 자각하는 인식의 문제이다.
김소슬 부산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