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거꾸로 간다] 신바람 나는 중노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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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정 부산연구원 책임연구위원

최근 언론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은 신(新)노년 혹은 신(新)중년이란 말을 한번쯤은 듣고 보았을 것이다. 새롭다는 것은 좀 더 나은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느낄 때가 많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신노년, 신중년도 새롭고 한층 나아진 삶을 살아가고 있을까.

신노년, 신중년이란 단어는 아직 학문적으로 정확하게 몇 살을 의미하는지는 뚜렷하게 나와 있지 않다. 가장 처음 이 단어를 사용했을 때를 찾아보면, 50세에서 69세로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대체로 50세에서 64세까지로 혼용해 쓰이고 있다. 아직 경제활동을 할 수 있고 생애 주된 직장에서 퇴직 후 새로운 일자리에 취업해 일을 더할 수 있는 연령이어서 ‘노인’이라는 용어는 맞지 않다는 의미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오랫동안 다니던 직장을 퇴직한 뒤 다음 직장에서 혹은 사회 공헌 등의 활동을 통해 오랜 사회 경험에서 비롯된 연륜과 경험을 공유하고 삶을 활기차게 살아간다는 의미에서 만들어진 단어라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정작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과연 생애 주된 직장에서 퇴직 후 새로운 직장을 찾을 수 있는가. 다수의 사람들이 자신의 눈높이를 낮춘다 해도 새 직장을 찾기가 어려운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후소득보장이 되는 국민연금 혹은 기초연금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길게는 10년에 이르기도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른바 ‘보릿고개’ 시절을 견뎌야만 하는 것이다. 새롭고 신선한 단어의 의미와는 달리 너무나 힘들고 가혹한 시간을 겪어야 하는 것이 지금의 우리 사회 중장년기와 노년기에 진입하는 사람들이 마주한 현실이다.

최근 50~64세 중 일자리 혹은 새로운 할 거리를 찾기 위해 관련 센터를 찾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가장 받고 싶은 서비스를 조사한 바 있다. 그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일자리’일 것라고 생각했으나 결과는 ‘종합상담’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워낙 한정된 대상이라 일반화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하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을 마음껏 털어놓고 싶거나 이제부터 무엇을 삶의 목표로 해야 할지 찾기 위한 마음이, 일자리를 찾고자 하는 마음보다 더 클 수 있다. 남들은 다들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는 것 같은데 자신만 뒤처져 있다거나 낙오됐다는 생각에서 나온 것일 수도 있다. 과연 무엇이 그들의 그 공허함과 어려운 현실을 달래줄 수 있을까.

우리 사회는 새로운 것을 요구하면서 개인의 노력만을 강조한다. 새로운 것을 할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은 아직 부족한 상태다. 신노년 혹은 신중년이라는 불리우는 새로운 세대들이 정말 새롭고 신바람 나게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여건을 당사자가 아닌 사회가 먼저 그 기초를 만들어주길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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