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없애려다 더 극단 세력 키울 것”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유엔 보고관, 아이들 상처 주목
“국제사회가 억압 무시한 결과”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섬멸을 위해 가자지구에서 대규모 공습과 지상전을 이어가는 가운데 이 같은 시도가 향후 더 극단적인 세력을 키우게 될 것이라고 유엔 전문가가 경고했다. 지난 한달간 아이들이 받은 심리적 상처를 생각할 때, 더 극단적인 무장 세력으로 자라날 수 있다는 것이다.

유엔 팔레스타인 점령지 인권 상황 특별보고관인 프란체스카 알바네제(사진)는 7일(현지 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알바네제 보고관은 특히 이번 전쟁이 국제사회가 그동안 팔레스타인 인권에 관한 이스라엘의 억압을 무시한 결과라고 진단했다. 이탈리아 출신 국제법학자인 그는 2022년 임명됐다. 임기는 6년이다.

알바네제 보고관은 “국제사회, 인권사회에 경종을 울렸지만 누구도 제대로 듣지 않았다”며 “이제 평화 공존의 기회는 절벽 아래로 떨어져 돌아올 수 없는 위험한 지경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알바네제 보고관은 또 “설사 하마스를 말살할 수 있다 하더라도, 이스라엘 점령이 계속된다면 불만은 계속해서 커져 나가고 또 다른 저항이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팔레스타인 점령지 어린이에 관한 유엔 보고서를 낸 그는 특히 지난 한달간 어린이들이 받은 심리적 상처를 걱정했다. 알바네제 보고관은 “그곳 어린이들을 보면 그 작은 몸에 깊은 트라우마가 배어있는 것을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아이들이 두려움과 함께 살고 있으며, 가장 큰 두려움은 엄마 아빠가 죽거나 자신들이 죽어 부모를 더는 볼 수 없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부모들은 무장 저항의 대안이 별로 없다고 말한다”며 “너무 많은 희망이 파괴됐기 때문에 아이들이 그 길로부터 멀어지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알바네제 보고관은 “그들이 평화적으로 저항하고 국제형사재판소(ICC)나 국제사법재판소(ICJ)와 같은 국제법을 동원하면 국제사회는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며 “이게 국제사회가 반성해야 할 막중한 책임”이라고 꼬집었다.

이스라엘은 2005년 군대 철수 이후 가자지구를 점령해왔다는 주장을 거부하지만, 유엔 등 국제기구들은 이스라엘이 육지, 해상, 공중에서 가자지구에 대한 실효적 지배를 계속해왔다는 점에서 점령은 계속돼왔다고 본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