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로 옮겨붙은 ‘험지 출마론’… 비명계, 친명 압박
비명 이원욱 “이재명 먼저 나서야”
김두관 등 가세 험지 출마론 확산
지도부는 ‘희생’ 요청에 묵묵부답
이 대표, ‘인재 영입’ 카드만 제시
더불어민주당에서 ‘친명(친이재명) 험지 출마’ 목소리가 커졌다. 이재명 대표도 험지로 나와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진다. 국민의힘에서 불붙은 ‘친윤(친윤석열) 중진 험지 출마’ 논란이 민주당까지 영향을 주는 모습이다.
민주당 비명계인 이원욱 의원은 8일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 인터뷰에서 “이재명 대표가 먼저 험지 출마를 결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당내 친명계 인사에 대해서도 “조정식·안민석 의원(5선), 우원식·정성호 의원(4선) 등 친명 의원들부터 결단하는 것이 바른 방향”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이 대표에 대해 “성남시장 두 번, 경기도지사 한 번, 대통령 후보(를 거친) 다음에 바로 안전한 지역을 찾아서 인천 계양에서 출마했고 또 당대표에 출마해 모든 권력을 다 거머쥐어 사당화 이야기를 듣고 있다”면서 “항상 최고의 좋은 곳, 따뜻한 아랫목을 찾아가는 사람”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민주당에서는 친명 성향의 김두관 의원도 이 대표와 지도부를 향해 험지 출마를 요구한 바 있다. 김 의원은 지난 5일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 지도부와 윤핵관의 험지 차출은 이미 결정했고 곧 출마 지역도 발표할 예정”이라며 “우리도 국민의힘보다 더 많은 다선 의원을 험지로 보내는 내살 깎기를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앞장서야 한다”면서 “‘친명 안방, 비명 험지’로 방향을 잡았다가는 100석도 건지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친명계 내부에선 이 대표 험지 출마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이다. 강성 친명계인 정청래 최고위원은 지난 7일 KBS 라디오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이 대표 험지 출마론에 대해 “그리 바람직한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실명을 콕 찍어서 ‘당신은 여기 가’를 무슨 권한으로 하느냐”면서 “가더라도 밀려서 가는 것인데 이런 방식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총선 전략이 뭔지 모르겠다”는 비판이 나오지만 지도부가 ‘희생’ 요구에 답을 하지 않고 있는 모양새다. 선거제도 개편에 대해서도 이탄희 의원 등 ‘개혁파’가 ‘위성정당 포기’를 요구하는 데 대해 답이 없는 상태다. 실제로 민주당은 선거제도 개편과 관련해 당론도 정하지 못했다. 원내수석부대표를 맡고 있는 박주민 의원은 8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인터뷰에서 선거제도 개편에 대해 “당은 아직 입장을 정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다양한 의견이 있다”면서 “정신없이 지나가다 보니까 선거제와 관련된 깊이 있는 논의를 못 했다”고 설명했다.
비명계의 험지 출마 압박을 받은 이 대표는 ‘인재 영입’ 카드로 혁신 요구에 대응하고 나섰다. 이 대표가 직접 총선 인재 발굴과 영입 업무를 맡아 ‘물갈이’ 바람을 일으킨다는 전략이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은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가 인재위원장을 맡아 당의 인재 발굴, 영입, 양성, 육성 등 인적 자원 정책 수립 및 집행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당규상 인재위원장 및 위원은 최고위원회 심의를 거쳐 당 대표가 임명하게 돼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이 대표가 직접 위원장을 맡고 보안 유지를 이유로 위원도 따로 두지 않는다. 박 대변인은 “당 시스템에 사무총장, 사무·조직부총장, 민주연구원, 정책위의장 등이 다 있는데 이런 시스템에 의해 인재가 발탁될 것이고 거기에 따라 당 대표가 책임지고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대표가 인재 영입을 통해 물갈이에 나설 경우 ‘친명 인사 영입’ 논란이 일면서 비명계의 반발이 더 커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대표가 ‘혁신’을 앞세우며 영입한 ‘김은경 혁신위’가 결국 ‘친명혁신위’라는 비판 속에 성과 없이 막을 내린 전례도 있다. 비명계에선 최근 출범한 당내 총선기획단에 대해서도 ‘친명기획단’이라며 비판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