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권서 활발한 행보… ‘이준석 신당’은 PK당?
부산·대구 방문… ‘대구 출마설’도
보수 강세 부울경 집중 공략 전망
“지분 늘리려고 허세” 당내 여론도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인요한 혁신위’의 통합 요청에도 연일 신당 창당 의지를 보이자, 그 파괴력을 두고 정가의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이 전 대표 신당은 무게 중심을 보수 본산인 영남, 그 중 부산·울산·경남(PK)에 둘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돼 주목된다.
이 전 대표는 지난 7일 SBS 인터뷰에서 신당 창당 가능성을 “지금 봤을 때 반반이라고 본다”면서도 “하루에 1%씩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당의 근본적인 변화가 없을 경우 다음 달 말까지는 창당 결심을 굳힐 것이라는 뜻을 재차 언급한 것이다. 실제 신당 합류 가능성이 있는 인사들과의 접촉면도 넓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비명(비이재명)계인 이상민 의원이 이 전 대표와 접촉한 뒤 합류 가능성을 시사했고, 양향자 한국의희망 의원 등과 ‘제3지대’ 신당을 준비 중인 금태섭 전 의원은 8일 “이 전 대표도 조만간 만나 얘기해볼 생각”이라며 “이 전 대표가 우리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지, 힘을 합칠 생각이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접촉 의사를 보였다.
정가에서는 이 전 대표가 끝내 신당을 창당하게 된다면 수도권보다는 보수 기반이 강한 영남을 집중 공략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이 전 대표의 탈당 가능성이 제기된 이후 ‘대구 출마설’은 지속적으로 언급돼왔다. 실제 이 전 대표도 최근 대구와 부산을 잇따라 방문하며 영남권에서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 전 대표의 신당이 실제 뜰 경우 대구보다는 PK에서 파괴력이 더 클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총선 때 민주당 후보들이 40%대를 득표하며 박빙 대결을 펼치는 부산과 같은 ‘스윙 스테이트’에서 신당의 캐스팅보트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전 대표로서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2008년 총선 당시 부산에서 파란을 일으켰던 ‘친박연대’처럼 국민의힘과 양당 대결 구도로 판이 짜여지는 것이다.
그러나 이 전 대표의 경우 지지세나 존재감에서 당시 박근혜 대표와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고, 오히려 최근 ‘영어 면박’ 등으로 전통 보수 지지층의 반감이 더 커진 상황이다. 또 PK에서 민주당의 당세 역시 보수 양당 구도에 무기력하게 끌려갔던 15년 전과는 확연히 달라졌다. 여기에 이상민 의원을 제외한 비명계 대부분은 이준석 신당 합류에 대해 “가능성이 없다”고 잘랐다. 이런 상황에서 이 전 대표의 신당이 국민의힘 공천 낙마자들을 규합해 영남권 공략에 나섰다가 오히려 보수 분열의 원흉으로 지목돼 정치적 치명상을 입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 때문에 아직도 당내에서는 이 전 대표의 신당 언급을 지분을 늘리기 위한 ‘블러핑(허풍)’으로 보는 시각도 다분하다. 윤희숙 전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전 대표의 신당 창당 여부는 대통령이 어떻게 하느냐, 여당이 어떻게 하느냐 두 가지의 반사체다. 대통령 지지율이 앞으로 10%만 오르면 이 전 대표가 신당을 안 할 것”이라며 “(이 전 대표)본인도 다음 달까지 계속 기다리겠다고 하는 것은 본인이 종속변수라는 걸 알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