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풍요·번영 빈 ‘김해 사직단’ 발굴 현장 공개
10일 오후 2~3시 김해도서관 앞 봉황대서
토지·곡식 신 모시던 제단 터 등 확인 가능
경남 김해시가 현재 발굴 중인 사직단에 대한 학술 자문회의와 시민 공개 행사를 연다.
김해시 대성동고분박물관은 10일 ‘봉황동 유적 내 사직단 추정지 학술 발굴조사’의 학술 자문회의를 열고, 발굴 성과를 시민과 공유하기 위한 현장 공개를 진행한다. 앞서 시는 지난 9월 12일 이곳에서 발굴조사를 시작했고 다음 달 15일 마무리할 예정이다.
사직단은 조선시대 때 토지 신(社)과 곡식 신(稷)을 모시고 나라의 풍요와 번영을 기원하던 국가 주요 시설이다. 조선 태종 6년(1406년)에는 중앙뿐만 아니라 지방에도 사직단을 조성해 봄과 가을에 사직제를 봉행하게 했다.
김해 사직단도 이 무렵 지금의 봉황대 구릉 위 북쪽 평탄한 지형에 설치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순종 2년(1908년) 때 일제 통감부령으로 철거돼 정확한 위치가 확인되지 않았으나, 이번 발굴로 고지도·지형 분석 등을 통해 100년 만에 위치를 찾게 됐다.
이번 학술조사는 고지도와 문헌상에 표기된 사직단의 위치를 학술적으로 검증하기 위해 마련된다. 확인된 위치는 19세기 후반 제작된 ‘김해부내지도’ 상에 표기된 것과 거의 일치한다.
신위를 모신 제단은 이번 발굴조사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제단 하부에서 특정 목적을 위해 유물을 의도적으로 묻은 것으로 보이는 지진구가 나와 사직단을 만든 시기 추정이 가능했다. 국내 사직단 터에서 지진구가 확인된 첫 사례이다.
지진구는 건물을 짓거나 도로를 낼 때 또는 농경지나 무덤 등을 만들 때 땅의 기운을 누르기 위한 목적으로 땅의 신에게 봉헌하는 의례용 유물을 말한다.
또한 김해 사직단 터는 제단을 보호하는 석축단과 외곽을 두른 담장·계단지 등이 남아 있어서 그 규모와 성격을 가늠할 수 있었다. 발굴조사 된 석축단의 규모는 남북 19.5~6m, 동서 18.3~19.5m로 네모반듯한 모양에 가깝다.
대성동고분박물관 송원영 관장은 “대성동고분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와 전국체전 개최 등 김해에 대형 행사가 많은 요즘 풍요를 기원하는 제단이 발견돼 더 의미가 있다”며 “조사가 끝나면 전문가와 주민 의견을 수렴해 복원 여부 등 향후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민 대상 김해 사직단 발굴 현장 공개는 10일 오후 2~3시 1시간 동안 진행된다.
이경민 기자 mi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