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사건’ 동거녀 측 “언론 보도로 여론 재판 받아”
1심 징역 20년, 항소심서도 혐의 부인
재판부 “매일 전국서 몇 통씩 탄원서 접수”
동거녀 측, 엄벌 탄원서 열람 등사 요청
만 4세 여아를 학대·방치해 사망케 하고, 친모에게는 성매매를 강요한 일명 ‘가을이 사건’의 동거녀 부부가 항소심에서 “언론 보도로 인해 여론 재판을 받는 느낌”이라고 주장했다.
부산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박준용)는 9일 아동학대살해, 상습아동학대, 상습아동유기방임, 성매매강요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0년을 받은 동거녀 A 씨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을 열었다. 상습아동유기방임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받은 남편 B 씨에 대한 재판도 함께 진행했다.
동거녀 부부와 검찰은 모두 1심의 양형이 부당하다며 항소를 제기했다. 검찰 측은 “죄질이 좋지 않은데도 범행 사실을 부인하고 반성을 하지 않는다”며 항소 이유를 밝혔다.
동거녀 측은 가을이의 친모가 지속적으로 학대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했고, 아이가 상해를 입었을 땐 몇 차례나 병원에 데려가 치료를 받게 했다고 주장했다. 가을이 사망 당일에도 친모가 폭행한 사실을 동거녀 부부는 인지하지 못했으며,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은 인정하나 이를 친모의 살해 행위와 동일하게 평가해서는 안된다고도 주장했다.
동거녀 측은 재판부에 들어오고 있는 자신들에 대한 엄벌 탄원서에 대해 열람 등사 신청을 허용해 줄 것을 요청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이 보도가 되면서 전국 각지에서 하루에도 몇 통씩 엄벌 탄원서가 접수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자 동거녀 측 변호인은 “언론 보도가 되고 이러면서 피고인 본인 입장에서는 여론 재판을 받는다는 느낌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A 씨는 가을이가 사망한 지난해 12월 14일 친모가 가을이를 폭행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모른 척하고, 생명이 위중함에도 학대·방임 사실이 외부에 알려질까 두려워 구호조치를 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또 2021년 11월께 가을이가 친모의 폭행에 의해 눈을 다쳐 점차 시력을 잃어가고 있었지만 이를 방치하고, 친모가 아이에게 정상적인 식사를 제공하지 않으며 폭행을 휘두른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혐의도 받는다.
A 씨는 2021년 7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친모에게 최대 2410회에 걸쳐 성매매를 강요해 1억 2450만 원의 돈을 챙겼다. 매달 800만~1000만 원가량의 성매매 대금이 고스란히 A 씨 계좌로 입금됐고, A 씨는 이 돈 대부분을 외식·배달 등 생활비로 쓰거나 A 씨 부부의 빚을 갚는 데 썼다.
동거녀 부부는 가을이의 친권자인 친모가 곁에 있었기에 보호자로서의 의무가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1심 재판부는 이들 부부에게도 법률상 보호자의 지위와 의무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