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붕장어잡이 통발업계 ‘잠정 조업 중단’…왜?
근해통발수협 소속 47개 어선
연말까지 1항차씩 ‘자율 휴어’
오염수 이슈에 내수·수출 꽁공
한 번 출어에 1000만 원 적자
정부 수매, 감척 등 대책 절실
먼바다에서 바닷장어(붕장어)를 잡는 근해통발업계가 조업 중단을 선언했다.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 후유증에 내수는 물론 수출시장까지 얼어붙으면서 잡을수록 되레 손해인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벼랑 끝까지 내몰린 어민들은 더 장기적인 생존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경남 통영시에 본소를 둔 근해통발수협은 최근 이사회를 열고 연말까지 어선 별로 한조금을 기준으로 1항차, 15일씩 휴어기를 갖기로 했다. 한조금은 조수가 가장 낮은 때로 대개 매월 음력 7, 8일과 22, 23일이다. 조합 소속 붕장어잡이 어선 47척이 모두 동참한다. 법정 금어기가 없어 연중 조업이 가능한 업계가 스스로 휴어기를 정해 시행하는 건 상당히 이례적이다. 수협 관계자는 “그만큼 절박하다는 의미”라고 했다.
근해붕장어통발은 시중에 유통되는 붕장어의 60% 이상을 공급하는 국내 최대 생산자다. 그런데 소비 위축으로 재고가 쌓여가고 있다. 젊은 소비자의 수산물 기피에다, 보양식 인기도 시들해져 여름 특수마저 사라진 상황에 오염수 이슈까지 겹쳐 내수 시장이 얼어붙었다. 여기에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가져가던 대일 수출도 개점휴업 상태다.
가격 지지를 위해 수협이 수매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더는 무리다. 10월 말 현재 근해통발수협이 보유한 냉동품 재고만 900t이다. 최근 고금리 여파로 금융비용이 치솟으면서 이마저도 한계에 닿았다. 자칫 조합 부실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판로가 막힌 물량이 헐값이 팔리면서 어민들은 잡을수록 손해인 상황에 직면했다.
유류비, 인건비 등을 고려한 최저 생산 원가는 1kg당 9000원. 하지만 지금 시세는 7000원 선, 잘 받아야 8000원 정도다. 1항차로 계산하면 출어 때마다 최소 1000만 원 이상 적자다. 소비가 안 되니 재고가 쌓이고, 이로 인해 단가가 폭락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어민들은 그동안 수협을 중심으로 소비자 입맛에 맞춘 간편식 제품을 개발하고 전국을 돌며 소비 촉진 행사를 벌이는 등 동분서주했다. 2021년에는 국방부 기본 급식 품목에 붕장어가 포함돼 그나마 숨통이 트이나 했지만,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재고를 감당하긴 역부족이었다. 군 급식용으로 납품되는 붕장어 가공품은 한 해 50t 정도다. 원물 기준 80t 남짓으로 결코 적은 양은 아니지만 생산량에 비해선 아쉽다는 지적이다. 한 관계자는 “지금으로선 언 발에 오줌 누기”라고 했다.
결국 어민 스스로 생산을 멈춰 쌓여가는 재고라도 줄여보자며 자율 휴어에 나서기로 했다. 근해통발어선은 한 번 출어하면 보통 10t 정도를 잡는다. 계획대로라면 연말까지 최소 400t 이상은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불가피한 선택이지만, 어민으로선 생업을 중단해야 하는 쉽지 않은 결정이다. 게다가 휴업은 단기적 미봉책에 불과한 만큼 업계의 존속과 국민 먹거리 안정화를 위해 정부가 나서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 수매 사업을 통해 가격 붕괴를 막으면서 과감한 감척 사업으로 업계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휴어기가)적체된 물량을 일부 해소하는 효과는 있겠지만 오래가진 못할 듯하다. 재고 소진도 활어에 국한돼 정작 남아도는 냉동품은 답이 없다”면서 “경비 부담은 해마다 가중되는 현실에 정부가 나서지 않으면 어업 자체가 사라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